'토피도 배트'를 사용해 시즌 초반 쾌조의 타격감을 이어가고 있는 재즈 치좀 주니어. [AP=연합뉴스]
뉴욕 양키스의 이른바 '어뢰 배트'가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양키스는 지난 28일(한국시간)부터 열린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시즌 첫 3연전에서 홈런 15개를 쏟아냈다. 특히 지난 30일 경기에선 구단 역대 신기록인 홈런 9개를 폭발시키며 밀워키 마운드를 집어삼켰다. 1회 말 선두타자 폴 골드슈미트, 2번 코디 벨린저, 3번 애런 저지가 상대 선발 네스터 코르테스의 초구를 모두 공략, 홈런을 때려내기도 했다. 메이저리그(MLB)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은 'MLB 사무국이 1988년 투구 추적을 시작한 이래 한 팀에서 첫 3개의 투구를 모두 홈런으로 연결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흥미로운 건 양키스 선수들이 사용하는 '토피도(Torpedo) 배트'이다. 영어로 어뢰를 의미하는 '토피도 배트'는 공이 맞는 스위트스폿 부분에 더 많은 나무(질량)를 집중시켜 타구의 질을 향상한다. 모양이 볼링핀의 흡사하다는 평가도 있다. LA타임스에 따르면 양키스의 '토피도 배트'는 매사추세츠공대(MIT) 물리학 박사 출신인 애런 린하르트가 개발을 주도했다. 린하르트는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야구공에 타격을 가하려는 배트의 부위를 최대한 무겁고 뚱뚱하게 만드는 것뿐"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맞춤형 배트로 시즌 초반 홈런포를 가동한 앤서니 볼피. [AFP=연합뉴스]
'토피도 배트'는 리그 규정을 위배하는 건 아니다. MLB에서 배트의 지름은 2.61인치, 길이가 42인치를 넘을 수 없지만 스위트스폿을 강화하는 건 따로 명시된 게 없다. MLB닷컴은 '배트의 뚱뚱한 부분의 위치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이 없다'라고 부연했다. 시즌 첫 3경기에서 홈런 2개를 때려낸 앤서니 볼피도 '토피도 배트' 수혜자로 분류된다. 볼피는 구단 분석 부서에서 타격을 집중적으로 체크, 배트에 공이 맞을 가능성이 큰 부분에 나무를 더 많이 넣는 배트를 제작했다. 그뿐만 아니라 현재 양키스에선 재즈 치좀 주니어, 코디 벨린저, 폴 골드슈미트, 오스틴 웰스 등이 '토피도 배트'를 들고 경기를 소화하고 있다. 벨린저는 "정말 독특하다. 작년에 비해 더 많은 성공과 발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배트의) 무게 배분이 마음에 든다"라고 흡족해했다.
양키스의 배트 효과가 소문을 타면서 다른 구단 선수들도 일부 '토피도 배트'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볼피는 "내가 베이스를 밟을 때마다 선수들이 그거에 대해 묻는다"라고 말했다. 다만 리그를 대표하는 홈런 타자인 애런 저지는 '토피도 배트'가 아닌 기존 배트를 고수하고 있다. 굳이 변화를 시도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 양키스를 상대할 투수들은 초비상 모드다. 3연전에서 크게 흔들린 밀워키 불펜 투수 트레버 메길은 "지금 야구에서 과학과 기술이 큰 역할을 하는 빅 데이터 경쟁 시대"라며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걸 미워할 수 없다"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