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KB손해보험과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맹활약한 유광우. 사진=한국배구연맹 대한항공 베테랑 백업 세터 유광우(40)는 30일 막을 내린 KB손해보험과의 V리그 남자부 플레이오프(PO·3전 2승제)에서 시리즈 흐름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해냈다.
유광우는 대한항공이 1차전을 내준 뒤 치른 2차전에서 '주전' 한선수 대신 선발 세터로 나섰고, 특유의 고른 공 배분으로 다양한 득점 루트를 만들며 대한항공의 3-0 승리를 이끌었다. 유광우는 3차전에서도 선발로 나서 노련한 경기 운영을 보여줬다. 이날 대한항공은 팀 공격 성공률 61.33%를 기록하며 다시 한번 3-0 완승을 거두고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유광우는 특히 대한항공이 끌려가던 3세트 19-21에서 오른쪽에 있던 외국인 선수 카일 러셀을 향해 블로커들이 몰리자, 매끄러운 백토스로 정한용에게 공격 기회를 만들어 득점을 합작했다. 2세트까지 한 번밖에 활용하지 않았던 시간차 공격을 25-25 박빙 상황에서 시도해 정지석의 득점을 이끈 것도 그였다.
유광우가 PO에 미친 영향력은 '적장' 레오나르도 아폰소 KB손해보험 감독도 인정했다. 아폰소 감독은 3차전이 끝난 뒤 "유광우가 들어온 뒤 대한항공의 플레이가 전반적으로 빨라졌다. 그는 안정적인 운영을 하다가도, 우리가 준비한 블로킹 전략을 완전히 뒤집어 놓을 만큼 예상하지 못한 플레이를 시도했다"라고 감탄했다.
정작 유광우는 "리시브 라인이 상대의 강서브를 잘 버텼고, 러셀도 처리하기 어려운 토스를 잘 때려줬다. 모든 선수가 플레이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했고, 맡은 임무를 잘 해줘서 나도 즐겁게 경기를 했다"라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2007년 프로 무대에 입성한 유광우는 '왕조' 시절 삼성화재의 주전 세터를 맡았고, 챔피언결정전 우승만 7번 경험했다. 2019년부터 뛴 대한항공에서도 챔피언결정전 우승 반지 4개를 수집했다. 남녀부 통틀어 역대 최다 우승을 차지한 선수다.
다시 주연으로 빛나고 있는 유광우. 사진=한국배구연맹
대한항공 이적 뒤 유광우는 한선수의 백업 세터였다. 엄밀히 주연으로 우승에 기여한 건 아니다.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내달 1일부터 열리는 정규리그 1위 현대캐피탈과의 챔피언결정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은 선발 세터 기용에 말을 아끼면서도 전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선택을 예고했다.
유광우는 "세터는 빛나는 자리보다는 뒤에서 묵묵히 받쳐주는 역할을 하는 게 어울린다. 주연이든 조연이든 신겨 쓰지 않는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팀이 우승을 해야 선수가 빛난다. 우승만 바라본다. 내 할 일을 하다 보면 좋은 평가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2024~25 정규리그에서 현대캐피탈에 1승 5패로 밀렸다. 12번째 우승을 노리는 유광우는 "정규리그와 포스트시즌은 다르다. 상대가 좋은 선수를 많이 보유하고 있기 대문에 한두 명을 막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우리의 플레이를 잘 해내는 게 가장 중요할 것 같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항상 그랬던 것처럼 목표는 우승"이라고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