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시범경기 키움과 KT의 경기. KT 허경민이 1회 좌전안타를 날리고있다. 수원=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2025.03.11.
홈런 타자가 1·2번에, 콘택트형 타자가 3·4번에 배치됐다. 순서를 헷갈린 건 아닐까. 아니다. KT 위즈 이강철 감독은 다 계획이 있었다.
올해 KT는 타순에 큰 변화를 줬다. 중심 타자였던 강백호의 타순을 리드오프로 끌어 올렸다. 지난해 1번 타순에서 재미를 봤던 멜 로하스 주니어의 타순은 2번으로 한 계단 내려왔다. 두 선수 모두 중장거리형 타자로 중심타순이 더 어울리는 선수들이다. 하지만 이강철 감독이 편견을 깼다. '강한 타자가 더 많은 타석에 나서 득점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이론을 적극 수용한 결과다.
지난해 성적을 봐도 이들이 테이블 세터로 나서는 데는 손색이 없다. 로하스는 지난해 1번 타자로 나서 타율 0.344, 출루율 0.417을 기록했다. 이는 리그 1번 타자 중 타율 1위, 출루율 1위에 해당한다. 강백호는 지난해 KT 타자들 중 두 번째로 높은 출루율(0.360)을 기록한 바 있다. 높은 출루율이 덕목인 리드오프로 적격인 셈이다.
더 나아가 이강철 감독은 3·4번 중심 타선에 허경민과 김민혁을 배치했다. 홈런이나 장타보단 정확한 콘택트가 더 기대되는 선수들이다. 일반적으로 중심 타선엔 한 방이 있는 거포형 타자들을 배치하지만, KT는 발상의 전환을 했다. 홈런이 아니더라도 정교한 콘택트로 안타를 만들어내 타점을 올리겠다는 심산이다.
10일 오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시범경기 키움과 KT 경기. KT 김민혁이 1회 좌월 2루타를 날리고 기뻐 하고있다. 수원=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2025.03.10.
이강철 감독은 "홈런 타자들은 한방이 있지만 삼진율도 비교적 높다. 하지만 허경민이나 김민혁은 삼진을 잘 먹는 스타일이 아니다. (안타나 타점을) 만들어낼 수 있는 선수들이다"라며 이들을 중심타선에 배치한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로 허경민은 지난해 규정 타석을 채운 55명의 타자들 중 타석 당 삼진이 가장 적은 선수(0.05)다. 지난해 393타석을 소화한 김민혁은 300타석 이상 소화한 타자들 중 타석 당 삼진이 0.11개로 리그에서 열 번째로 적었다. KT 내에선 가장 적었다. 주자가 있을 때 타율도 0.381로 높았다.
결정의 배경엔 KBO리그 통산 602경기 152승에 빛나는 레전드 투수의 경험도 한몫했다. 이강철 감독은 "경험상 테이블 세터에 교타자들이 나오는 것도 어렵지만, 1회부터 거포들이 나오는 것도 부담스럽다. 주자가 쌓인 상황에서 콘택트가 좋은 타자들을 만나면 (삼진 대신) 타구를 만들어낼 선수들이라 까다로운 것도 있다"라고 전했다.
10일 오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시범경기 키움과 KT 경기. KT 로하스가 1회 우월 2점 홈런을 날리고 선행주자 강백호와 동료들의 환영을 받고있다. 수원=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2025.03.10.
사실 테이블 세터라고 해도 한 타순이 지나면 큰 의미가 없어진다. 타순이 한 바퀴 도는 사이 출루가 나온다면 선발 테이블 세터로 나섰던 타자들이 하위 타선과 중심 타선 사이의 또다른 중심 타선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정대와 천성호 등 하위 타순 타자들의 타격감이 좋은 것도 KT로선 호재다. 이들이 출루하면 강백호와 로하스의 한 방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