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달빛소년' 응원가가 대구에 울려 퍼졌다. 자신을 신인왕으로 만들어 준 소중한 응원가. '어렸을 적 파란 밤 달빛~'이라는 가사처럼, 응원가를 듣고 푸른 색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뛰었던 '어렸을 적'이 떠올랐다는 구자욱(32·삼성 라이온즈)은 부활한 응원가와 함께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구자욱은 지난 22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은행 SOL 뱅크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개막전에 선발 출전, 홈런 포함 4타수 3안타 4타점 3득점 맹타를 휘둘렀다.
이날 구자욱은 특별한 선물을 받았다. 2회 말 구자욱이 타석에 들어서는 순간, 익숙한 멜로디와 함께 전광판에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문구가 뜨면서, 구자욱의 신인 시절 영상과 '달빛소년' 응원가가 부활했다.
'달빛소년'은 구자욱이 2015년 1군 데뷔해부터 썼던 응원곡이다. 흥겨운 멜로디에 가사만 개사해 많은 팬의 사랑을 받았던 응원가였지만, 2018년 응원가 저작권 문제로 중단됐다. 이후 김상헌 응원단장의 '허니크루'가 만든 자작곡으로 응원가를 대체했다. 이 응원가 역시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지난해 엘도라도 부활 이후 구자욱의 응원가 역시 부활을 원하는 팬들이 많아졌다.
이에 삼성 구단이 화답했다. 지난겨울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면서 다시 이 곡을 쓸 수 있게 된 구단은 2025시즌 개막전인 22일, 깜짝 이벤트와 함께 선수와 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응원가의 힘 덕분이었을까. 구자욱은 타석에 들어서자마자 초구 안타를 때려냈다. 팽팽한 균형을 깬 역전 적시타였다. 다음 타석에서도 초구 적시타로 타점을 올리더니, 5회엔 쐐기 2점포를 쏘아 올리면서 팀의 13-5 대승을 이끌었다.
경기 후 만난 구자욱은 "응원가 부활 이야기는 먼저 들었다. 첫 타석에 나올 줄 알았는데 안 나오더라. (마케팅 팀에서) 안 하게 됐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두 번째 타석에서 응원가가 나오길래 웃으면서 타석에 들어섰다"라고 돌아봤다. 그는 "전광판에 옛날 사진이 막 나오는데,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 응원가 나오고 결과도 좋아서 재밌었던 것 같다"라고 회상했다.
22일 대구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득점 후 환호하는 삼성 구자욱. 삼성 제공
자신을 신인왕(2015년)으로 만들어 준 응원가. 올해는 더 큰 타이틀에 도전한다. 지난해 129경기에서 타율 0.343, 33홈런, 115타점을 기록하며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낸 구자욱을 올해(2025년) 최우수선수(MVP) 유력 후보로 꼽는 전문가들이 많다. 10년 전 처음 만난 응원가를 들으며 신인왕에 올랐던 그는 10년 뒤 다시 만난 응원가의 기운을 받으며 MVP에 도전한다.
이에 구자욱은 "그런 큰 상은 시즌이 끝나봐야 알 수 있다. 하지만 정말 개인 성적에 대한 욕심은 없다"라면서도 "팀 성적이 좋으면 주장인 제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될 것이다. 항상 팀 승리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하나의 타이틀을 가져간다면 '최다 안타 1위'를 노리고 싶다고 말했다. "안타를 최대한 많이 치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