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 (사진=OA엔터테인먼트 제공)
무대 위에 ‘젠득이’는 없었다. 제니는 솔로 데뷔 첫 단독 콘서트에서 ‘루비’ 그 자체가 됐다.
‘젠득이’는 제니가 블랙핑크 멤버 지수가 아침에 깨울 때마다 제니가 찐득찐득하게 달라붙는다며 붙여준 별명이다. 그러나 솔로 가수로서 오른 콘서트 무대에서도 제니는 빛을 발했다.
제니는 15일 인천 운서구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더 루비 익스피리언스’ 타이틀의 단독 콘서트를 개최했다.
이날 콘서트는 제니가 2016년 블랙핑크로 데뷔한 뒤 처음 선보인 솔로 단독 공연으로, 자신의 첫 솔로 정규 앨범 ‘루비’의 지난 7일 발매를 기념해 연 쇼케이스 개념의 공연이었다. ‘인트로’를 시작으로 ‘스타 어 워’, ‘핸들바’, ‘만트라’, ‘러브 행오버’, ‘제니’, ‘댐 라이트’, ‘서울 시티’, ‘라이크 제니’, ‘위드 더 아이이(웨이 업)’, ‘엑스트라 L’,‘F.T.S’, ‘필터’ 등 제니가 이번 앨범에 수록한 15곡의 무대로만 꾸며졌다.
제니. (사진=OA엔터테인먼트 제공) ◇ 루비 체험, 제니면 충분했다
“온 세상은 무대고 모든 사람은 연극을 할 뿐입니다. 루비, 뜻대로 하세요. 오늘 밤 그녀는 자신의 무대, 자신의 이야기, 자신의 경험에 발을 들여놓습니다.”
인상적인 공연 안내 자막과 함께 붉은 장막이 열리고 거울을 바라보고 뒤돌아선 제니가 등장했다. 퍼 코트를 입고 선글라스를 쓴 채 몽환적 분위기의 첫 곡 ‘인트로’로 공연의 포문을 열며 이날의 ‘연극’을 시작했다.
홀로 선 무대였지만 결코 무대에 압도되지 않았다. 오히려 드넓은 무대를 특유의 카리스마로 압도했다. 라이브 퍼포먼스에서도 흔들림 없는 특유의 쫀득한 랩과 안정적인 가창으로 공연의 완성도를 더했다.
변화무쌍한 CG나 조명쇼, 폭죽쇼 등 화려한 무대 연출 없이도 제니면 충분했다. 여기에 제니와 함께 한 댄서 10명의 활약이 더해지며 공연은 인상 깊은 퍼포먼스의 연속으로 채워졌다.
공연 말미에는 앞선 LA 공연에서 수위 높은 의상으로 논란이 됐던 ‘필터’ 퍼포먼스가 꾸며졌다. 제니는 퍼 코트와 선글라스 그리고 긴바지를 하나씩 벗어내며 궁극에 가벼운 민소매와 핫팬츠로 자신의 내면을 마주하는 퍼포먼스를 그려냈다. 자신을 둘러싼 것들을 벗어 던지는 가사의 내용에 따른 퍼포먼스였지만 이날 의상 수위는 지극히 ‘국내용’으로 논란을 원천 차단했다.
제니. (사진=OA엔터테인먼트 제공) ◇ “무한한 사랑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눈물
이날 제니는 세트리스트상 예정됐던 첫 토크 세션을 건너뛴 채 오프닝부터 10곡의 무대를 내리 선보이고 50분 가량 지난 뒤에야 비로소 관객들에게 인사를 했다. “솔로 콘서트는 처음이라, 좀 버벅대도 이해해 달라”고 숨을 헐떡이며 첫 인사를 건넨 제니는 “아직도 너무 꿈만 같고, 현실을 부정하고 있는 것 같은데, 오늘 이 자리에서 실제로 여러분과 얼굴 보고 인사 하고 얘기하니 조금 (실감이) 온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제니는 “이번 앨범 그리고 콘서트를 준비하면서 너무 많은 배움이 있었던 것 같다. 뭔가 화려하고 모든 걸 멋있게 해내는 모습 말고, 이렇게 조금 바보 같기도 하고 버벅대는, 솔직한 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은 앨범이라, 모든 게 다 낯설고 처음 시작하는 것 같다”고 첫 솔로 앨범과 콘서트를 준비한 소회를 전했다.
팬들의 쏟아지는 환호에 벅차오른 듯한 모습의 제니는 “괜찮으시다면 저를 위해 다 같이 소리 한 번 질러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고, 뜨거운 환호와 함성을 온몸으로 느끼며 감격스러워했다. 그러면서 “정말 울지 않겠다고 약속을 했는데, 사실 이렇게 많은 분들한테 제가 앨범을 내고 나서, 너무 큰 사랑을 받고 무한한 사랑만 받았는데, 너무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그런데 오늘 이렇게 내 눈으로 보니까 너무 감사하고 행복한 것 같다”며 눈물을 닦았다.
이후 제니는 앙코르 무대 시작 전, “저를 있는 그대로 봐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앞으로도 저는 좋은 음악 하는 좋은 사람 제니일 테니 계속 지켜봐 달라”고 다시 한 번 진심을 담은 감사와 각오를 전했다.
제니. (사진=OA엔터테인먼트 제공) ◇ 75분 공연에 22만원…고가 티켓 논란
제니의 퍼포먼스와 눈물이 빛난 공연이었지만 뒷말도 나왔다. 온라인상 이날 공연 설명에는 러닝타임이 120분으로 소개돼 있었으나 실제 공연은 75분 가량에 불과해 지나치게 짧은 공연 시간이 논란이 됐다. 또 일반적인 K팝 가수들의 공연과 달리 관객과의 소통 시간이 현저히 짧고 오직 무대 퍼포먼스로만 승부하는 형식을 띠었는데, 이를 둔 호불호도 극명했다.
세트리스트 형식은 가수 개인이 추구하는 스타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쳐도, 지나치게 비싼 티켓 가격은 결국 도마 위에 올랐다. 이날 공연은 루비석 22만원, R석 16만 5000원, S석 15만 4000원, A석 14만 3000원으로 티켓 가격이 책정됐는데, 실제 공연 시간이 불과 1시간 15분밖에 되지 않은 탓에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러닝타임 대비 티켓 가격이 과도하게 책정됐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또 이날 공연에는 방송인 유재석, 배우 김지원, 이혜리, 가수 로제, 대성(빅뱅), 이승훈(위너), 뉴진스가 직접 현장을 찾아 제니의 단독 콘서트를 응원했는데, 이들이 공연 시작 직전 객석에 등장해 착석하기까지 시간이 소요되며 공연 시작이 10분 가량 지체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