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엽(35)이 키움 히어로즈 소속으로 소화한 첫 스프링캠프를 돌아보며 전한 말이다. 벼랑 끝에 섰던 그가 이제 설렘을 안고 재기를 노린다. 지난 시즌(2024)이 끝난 뒤 삼성 라이온즈에서 방출된 김동엽은 오른손 장타자 필요했던 키움이 영입 제안을 하며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는 세 시즌(2017·2018·2020) 20홈런 이상 기록할 만큼 장타력이 뛰어난 타자였지만, 2021년부터 부상과 부진에 시달리며 내리막길을 걸었다.
김동엽은 1월 말 미국 전지훈련 출발에 앞서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선수가 자주 나오는 것만 봐도 '이 팀(키움)에는 뭔가 특별한 게 있다'라고 생각했다. 키움 입단이 정해졌을 땐 나와 잘 어울리는 팀이 될 것이라는 주변 격려를 많이 받았다"라고 말했다.
1·2차 스프링캠프 일정 소화하며 키움에 녹아든 김동엽은 "내 생각보다 더 좋았다"라고 했다. 특히 미국 애리조나 1차 캠프에서 '6일 훈련·1일 휴식'이라는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흐트러지지 않는 후배들을 보며 감탄했다.
김동엽은 "사실 나는 많은 훈련량에 조금 힘들었다. 비가 한 번도 안 오더라"라고 웃어 보였다. 그러면서도 그는 "예년과 달리 부상 없이 잘 마친 것 같아 기쁘다. 무엇보다 자율을 중시하면서도 엄격한 기운이 맴도는 분위기 속에서 훈련을 하다 보니 더 열심히 하게 됐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년 동안 리빌딩을 추진한 키움은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많이 주고 있다. 올해 시범경기에서도 마찬가지다. 더불어 베테랑의 존재 가치를 존중한다. 김동엽은 "트레이 힐만 감독님이 계시던 시절(2017~2018시즌)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 분위기가 떠올랐다. 그런 환경 속에서 다시 야구를 해보고 싶었는데 키움에서 이뤘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동엽은 지난달 25일 대만 프로야구리그(CPBL) 중신 브라더스와의 연습경기에서 2루타 2개를 쳤다. 4일 웨이취안 드래곤스전에서는 홈런을 쏘아 올렸다. 시범경기 개막전이었던 7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도 2루타를 때려냈다. 그는 현재 지명타자 경쟁에서 가장 앞서 있다.
김동엽은 캠프 출발에 앞서 "키움에서도 반등하지 못하면 진짜 야구 재능이 없는 것"이라며 비장한 각오를 드러냈다. 50여 일이 지난 현재 그는 조금 더 긍정적인 기운은 안고 그라운드에 나서고 있다. 김동엽은 "홍원기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캠프 때부터 힘이 되는 말을 자주 해주셨다. 요즘 '얼굴 표정이 달라졌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야구장 출근이 행복할 정도"라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