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이강철 감독이 9일 오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리는 2025 프로야구 시범경기 LG와의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있다. 수원=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2025.03.09.
"생각보다 여유가 있던데요."
지난 8일과 9일 시범경기를 통해 피치클록(Pitch Clock)과 새로운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Automatic Ball-strike System)’을 경험한 감독 및 선수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내비쳤다.
2025시즌 KBO리그에는 변화가 많다. 가장 큰 요소가 투구 간 시간제한을 두는 피치클록의 정식 도입이다. 올해부터 KBO 투수는 주자가 없을 때 20초, 주자가 있을 때 25초 안에 공을 던져야 한다. 규정된 시간 안에 공을 던지지 못하면 볼이 하나 카운트된다. 타석 간 간격은 33초, 타석당 타자의 타임아웃 횟수는 2회까지 허용하기로 했다.
KBO는 8일 시범경기부터 피치클록을 정식 운영했다. 큰 혼란은 없었다. 8, 9일 열린 10경기에서 위반 사례는 세 번이었다. SSG 랜더스 투수 노경은이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25초 동안 초구를 던지지 못해 볼 1개를 페널티로 받았다. 투수와 포수가 볼 배합을 송·수신하는 피치컴(Pitchcom) 수신 문제로 밝혀졌다. 9일에는 KT 위즈 오원석이 피치클록을 한 차례 위반해 볼 카운트가 하나 올라간 상태로 승부에 나섰다. 부산에선 롯데 자이언츠 한태양이 9회 말 타석에서 피치클록을 위반해 스트라이크가 선언됐다.
9일 오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시범경기 LG와 KT의 경기. KT 선발 오원석이 1회 실점한뒤 마운드에 올라온 투수코치와 얘기하고 있다. 수원=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2025.03.09.
피치클록 도입에 현장은 만족스럽다는 반응이다. 9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LG 트윈스의 시범경기에서 만난 염경엽 LG 감독은 피치클록에 대해 "매우 긍정적이다. 다들 5초를 남긴 시점에서 투구를 다 완료하더라. 시간 여유도 있고, 경기도 빨라진 느낌"라고 전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어제(8일) 위반 사례가 한 번밖에 없을 정도로 다들 준비를 잘한 것 같다. 다만 투수나 타자의 타임아웃 시점도 중요한데, 시범경기를 통해 더 익숙해져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8일 KT의 선발 투수로 피치클록을 가장 먼저 경험한 고영표도 "투구 동작에 피치클록이 끼치는 영향은 없었다. 20초면 충분한 시간인 것 같다"라고 전했다. LG 외야수 홍창기 역시 "타자는 8초가 남은 시점에 타석에서 타격 준비를 마쳐야 하는데, (시간이) 타이트하지 않았다"라고 돌아봤다.
LG 염경엽 감독이 9일 오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리는 2025 프로야구 시범경기 KT와의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들과 인터뷰하고있다. 수원=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2025.03.09.
지난해 처음으로 도입된 ABS에도 변화가 있다. 스트라이크 존의 크기는 기존과 동일하나, 높이를 지난해보다 0.6%포인트 낮췄다. 신장 1m80㎝인 선수 기준으로 약 1㎝가 더 낮아지는 셈이다.
이강철 감독은 "낮은 곳의 공을 스트라이크로 잡아주다 보니, 각(낙폭)이 큰 변화구를 던지는 투수가 유리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염경엽 감독도 "임찬규처럼 각도 큰 커브를 던지거나 요리 치리노스처럼 낮은 투심 패스트볼을 던지는 투수가 유리할 것"이라고 전했다.
고영표는 "(주무기인) 낮은 체인지업이 어떻게 스트라이크가 되냐가 관건이었는데, 크게 어려움을 겪는 정도는 아니었다. 작년엔 높은 존을 잘 공략해야겠다는 생각이었지만, 올해는 낮은 공 연마를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라고 전했다. 고영표는 "투수판 위치와 릴리스포인트를 이전과 달리 바꾸면서 공을 던지는 방향으로 (새 ABS 존을) 공략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9일 오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시범경기 LG와 KT의 경기. LG 염경엽 감독이 1회초 문보경의 적시타때 득점하는 홍창기 박해민을 반기고 있다. 수원=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2025.03.09.
ABS 존이 낮아지면서 신장이 큰 선수들에게 불리할 거라는 시선도 있다. 낮은 공을 정타로 때려내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키(1m89㎝)가 큰 홍창기는 "지난해는 오히려 높게 들어오는 공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아 어려웠다. 올해는 낮아져서 괜찮을 것"이라며 "1㎝는 별 차이가 안 날 것 같다. 똑같이 타격에 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