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사사키 로키(24·LA 다저스)가 시범경기 첫 등판만으로 메이저리그(MLB)에 충격을 안겼다. 160㎞/h에 육박하는 강속구가 아닌 전례없이 독특한 그의 스플리터 때문이다.
사시키는 지난 5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캐멀백랜치에서 열린 2025 MLB 시범경기 신시내티 레즈전에 등판, 3이닝 동안 2피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공식 경기 첫 등판에서 특유의 위력적인 강속구를 마음껏 뿌렸다. 스플리터의 위력도 뽐냈다.
최고 159.8㎞/h를 기록한 강속구는 '공략 불가'는 아니었다. 신시내티 타자들은 몰리는 사사키의 직구에 여러 차례 정타를 날렸다. 마구는 따로 있었다. 이날 사사키가 던진 스플리터에 신시내티 타자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사사키의 스플리터는 단순히 '구위가 좋다'로 평가할 구종이 아니다. MLB닷컴은 "다저스는 사사키, 야마모토 요시노부, 오타니 쇼헤이까지 세계 최고의 스플리터 투수 3인을 보유했을지도 모른다"며 "그런데 5일 사사키가 선보인 스플리터는 (다른 투수들과 비교해도) 독특했다"고 소개했다.
사진=게티이미지 일단 결과는 압도적이었다. 사사키는 3이닝 동안 신시내티 타자들에게 스플리터를 던져 스윙 8개를 유도했는데, 7개가 헛스윙이었다. 1개도 약한 뜬공이었다.
MLB닷컴은 세 가지 특성을 짚었다. 먼저 회전 수다. 사사키의 스플리터는 초 '저회전' 구종이다. 본래도 스플리터는 회전이 낮아 타자의 배트를 아래로 피해가는데, 사사키의 스플리터는 그보다도 낮다.
MLB닷컴의 데이빗 애들러에 따르면 2024년 MLB 스플리터 평균 회전 수는 1302RPM(분당 회전 수)을 기록했다. 그런데 사사키의 5일 스플리터 평균 회전 수는 519RPM에 불과했다. 애들러는 이를 두고 "거의 너클볼과 같다. 극도로 회전을 죽인 스플리터를 던진다"며 '나비 같은 스플리터(butterfly splitter)'라고 묘사했다. 보통 너클볼의 지저분한 움직임을 묘사할 때 쓰는 비유지만, 그만큼 독특한 저회전 구종이라는 점을 강조한 거다.
MLB닷컴은 "사사키의 스플리터는 2015년 이후 스플리터가 던져진 약 2000경기 기록과 비교해도 가장 낮았다"고 했다. 이는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사사키의 기록과도 다르다. 당시 사사키가 던진 스플리터는 평균 1100RPM에 달했는데, 5일 보여준 공의 회전 수는 이에 절반 수준이었다.
사진=게티이미지 두 번째 특성은 낙차다. MLB닷컴은 "사사키의 스플리터는 어떻게 재도 최고 수준"이라며 "그의 공은 평균 43인치가 떨어졌다. 지난해 MLB 어떤 스플리터(지난해 1위 기록 41인치)보다도 많이 떨어졌다"며 "또 사사키는 스플리터에 5인치의 하향 무브먼트를 더했다. 이것도 지난해 MLB 기록(1위 4인치)보다 높았다"고 전했다.
사사키의 스플리터는 좌우 타자를 가리지 않고 위협적일 거로 보인다. 세 번째 특성 때문이다. MLB닷컴은 "사사키의 스플리터 횡 무브먼트는 흥미롭다. 스플리터, 포크볼, 체인지업, 스크류볼 등은 보통 투수의 팔 방향(암사이드-우투수 기준 우타자 바깥쪽)으로 휘어진다. 하지만 사사키의 스플리터는 양방향으로 휜다"고 전했다.
베이스볼 서번트에 드러난 사사키의 스플리터 움직임. MLB닷컴 캡처 매체는 "사사키의 스플리터는 암 사이드로 날아간다. 그런데 가끔 그의 스플리터가 글러브 방향(글러브 사이드-우투수 기준 좌타자 바깥쪽)으로 휠 때도 있다"고 했다. 또 "모든 구종이 동일한 릴리스 포인트에서 나온다"는 점도 짚었다.
사사키의 올 시즌 활약 여부는 결국 스플리터에 달린 거로 보인다. 만약 시범경기에서 보여준 장점이 이어진다면, 좌·우 타자를 가리지 않고 사용될 수 있는 공이다. 기대대로 한다면 '투 피치'라는 우려도 '마구'의 힘으로 씻어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