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자’가 아닌 ‘안전하게’…추위에 무너진 잔디, 남은 건 부상 걱정뿐 [IS 상암]
역대 가장 빠른 개막의 영향일까. 프로축구 K리그1이 개막 후 3라운드 만에 잔디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현장의 감독과 선수들은 부실한 잔디 상태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서울과 김천은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5 3라운드에서 0-0으로 비겼다. 홈팀 서울은 슈팅 10개, 유효슈팅 2개를 기록하며 김천을 압박했으나 골문을 열지 못했다. 김천은 슈팅 단 2개에 그쳤다. 유효타는 없었다.
이날 경기는 린가드(서울)와 이동경(김천)의 정면승부로 이목을 끌었지만, 예기치 못한 변수가 들이닥쳤다. 바로 급격한 추위와, 크게 파인 잔디였다.
K리그는 역대 통틀어 가장 이른 지난달 15일 개막했다. 오는 4~5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토너먼트와 6월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7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영향으로 개막이 앞당겨졌다.
당시 축구계에선 이른 개막에 대해 의문부호를 올렸다. 무엇보다 추운 날씨로 인한 잔디 상태가 문제였다. 지난주 급격히 날씨가 풀리긴 했으나, 이날 다시 추위가 찾아왔다. 체감온도는 다시 영하였다.
이날 킥오프 전부터 경기장 곳곳에 패인 부분이 눈에 띄었다. 선수들은 최대한 패인 부분을 피하려 했으나, 린가드 등은 잔디에 막히며 발을 접질리기까지 했다. 이동경도 공의 불규칙 바운드로 인해 헛발질을 하기도 했다. 경기 뒤 사령탑들이 경기장의 잔디 상태를 두고 에둘러 아쉬움을 표현한 이유다.
경기 뒤 믹스트존에서 만난 정승원(서울)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중앙 미드필더로 90분을 모두 뛴 그는 “그동안 좋았던 잔디, 안 좋았던 잔디도 있었지만 지금은 좀 많이 안 좋은 것 같다”며 “전반 끝나고는 선수들끼리 ‘안전하게 하자’고 했다. 원래 잔디가 좋으면 ‘움직여서 받아라’ 이런 얘기를 할텐데, 그러지 못했다”라고 아쉬워했다. 그는 잔디로 인해 양쪽 발목이 돌아갔다고도 밝혔다.
조영욱 역시 “이런 잔디면 뛰면서도 그냥 넘어진다. 비시즌에 빌드업 연습을 많이 했는데, 패스 한 번 할 때마다 공 튀는 걸 봐야 한다. 속도도 잘 안 나고 있으니 분명 영향이 있다”고 짚었다.
움푹 패인 잔디는 선수들의 부상 우려로 이어진다. 정승원은 “오늘도 잔디 때문에 부상 위험이 있어 선수들끼리고 예민했다”며 “경기에만 집중해야 하는데, 잔디가 파여 있으면 눌러줘야 하지 않나. 그래야 선수들이 안다친다”라고 돌아봤다.
한편 조영욱은 “기성용 선수가 끝나고 한마디 한다고 했는데…”라고 말끝을 흐렸으나, 기성용은 믹스트존 인터뷰 없이 버스에 탑승했다.
서울은 오는 8일 수원FC와의 4라운드 원정 경기를 벌인다.
김우중 기자 ujkim50@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