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수(41) KT 위즈 QC(퀄리티 컨트롤) 코치가 지도자로서의 첫 발을 내디뎠다. 팀 업무 전반을 담당하는 QC 코치로서 여러 가지를 배우고 관찰하다 보니 정신이 없다.
박경수 코치는 "코치가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 개개인의 성향과 훈련 정도에 따라 훈련조와 스케줄을 짜는 데 쉽지 않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그라운드 위에선 선수들의 훈련을 돕기 위해 펑고(수비 훈련을 위해 타구를 날리는 것)를 치고 시범을 보이느라 금세 녹초가 된다. 박 코치는 "펑고가 생각보다 어렵더라. 훈련 목적에 맞는 강도와 방향으로 치는 게 쉽지 않다. 지도력보다 펑고 실력을 키우는 게 급선무 같다"라며 웃었다.
선수 시절과 다른 지도자의 고충을 느낀다는 박경수 코치는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는 "1군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하기 쉽지 않은데, 구단의 배 덕분에 좋은 기회를 받았다. 정말 감사하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8일 호주 질롱베이스볼 센터에서 박경수 QC 코치가 내야 펑고를 치고 있다. KT 제공
박경수 코치는 지난해 선수 은퇴를 앞둔 시점부터 방송사 해설위원 등 여러 제의를 받았다. 그러나 구단의 제안을 받아들여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박 코치는 "꿈이 지도자였는데,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다른 역할(직업)은 나중에 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이제 막 은퇴한 박경수 코치에게 '소통'을 특별히 당부했다. 박 코치는 선수 시절에도 주장을 맡아 선수-코치진 간의 소통을 담당한 바 있다. 선수들도 얼마 전까지 함께 뛰었던 박 코치를 편하게 생각할 터. 시즌 때는 이종범 총괄 코치와 의논하며 야수들을 준비시키고, 이 감독에게 상황을 전달하는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박경수 코치는 "이강철 감독님이 선수들 미팅을 잘 열지 않는 편이시다. 선수들에게 부담이 될까 봐 말씀하시는 걸 조심스러워하신다. (감독님이 원하는) 메시지가 있으면 '형'에 속하는 나와 주장 장성우가 전달하는 식으로 팀을 꾸려가고 싶어 하신다"라고 설명했다.
8일 호주 질롱베이스볼 센터에서 박경수 QC 코치가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KT 제공
박경수 코치는 이강철 감독 같은 지도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뿐 아니라 이범호 KIA 타이거즈 감독과 류지현 국가대표팀 감독의 장점도 두루 갖추고 싶다고 했다. 그는 "이강철 감독님은 선수들을 믿고 기다려주시는 편이다. 감독님의 인내심을 배우고 싶다. 이범호 감독님은 지난해 KIA를 우승시키며 '형님 소통'을 증명하지 않으셨나. 나도 선수들이 편하게 다가가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 류 감독님의 번뜩이는 작전 센스까지 갖춘다면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