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에 '50-50'이 탄생했다. 두산 베어스 정수빈(34)과 조수행(31)이 처음으로 '50도루 듀오'가 됐다.
정수빈은 지난 23일 서울 잠실 SSG 랜더스전에서 2회와 5회 2루를 훔쳐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시즌 49도루를 기록하던 그는 데뷔 후 처음으로 50도루를 돌파했다. 정수빈의 활약을 앞세운 두산은 8-4로 승리, 6연승을 달리던 SSG의 기세를 꺾었다.
정수빈은 지난해 도루왕(39개)이었다. 2009년 프로 입단 후 첫 타이틀 수상이다. 30대 중반 나이지만 올해는 스퍼트를 더 올리며 첫 40도루를 넘어 50도루까지 달성했다. 내친 김에 24일 NC 다이노스전에서도 뛰어 52호까지 만들었다. 커리어하이지만, 도루왕 수성 가능성은 희박하다. 팀 후배 조수행이 무려 64도루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KBO리그 역사상 50도루는 딱 27차례 있었다. 하지만 한 팀에서 두 명이 함께 뛴 건 올해 정수빈과 조수행이 유일하다. 동반 40도루도 1997년 OB 베어스(정수근 50개·김민호 46개)와 2015년 NC(박민우 46개·김종호 41개·에릭 테임즈 40개) 등 두 차례 있었을 뿐이다.
23일 경기 후 만난 정수빈은 "두산에서 역대 최초라는 타이틀이 나와 기쁘고 영광스럽다. 지난해 이어 두산에서 도루왕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좋다"라며 웃었다. 그는 "(조)수행이야 워낙 잘 달리던 선수고, 나도 작년 도루왕을 차지하면서 더 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야구 목표는 은퇴할 때까지 계속 이렇게 열심히 뛰는 것, 그 하나뿐"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둘의 시너지 효과는 확실하다. 정수빈과 조수행이 누상에 나서면 투·포수와 내야진은 강한 압박에 시달린다. 23일 경기에서도 SSG 선발 송영진은 조수행을 내보낸 후 도루 허용을 의식하다 폭투 2개를 범했다. 스트레이트 볼넷을 얻은 정수빈이 2루를 훔쳐도 막지 못했다. 3루에서 호시탐탐 홈을 노린 조수행을 무시할 수 없었다. 두산은 무사만루 기회를 이었고, 3점을 뽑아 역전했다.
정수빈은 "(조수행과 함께 나가면) 상대 수비수, 투수, 포수에게 압박감이 전해질 것이다. 23일 경기가 순위 싸움에 중요한 경기였고, 미리 보는 포스트시즌이기도 했다. 그런 경기 초반에 상대를 흔들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수빈의 활약으로 두산은 24일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했고, 4위 수성 가능성도 커졌다. 정수빈은 통산 포스트시즌(PS) 타율 0.297을 기록한 '가을 사나이'다. 특히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가 된 2015년부터 최근 10년 동안 PS 타율 0.323과 OPS(출루율과 장타율의 합) 0.850으로 불방망이를 돌렸다. PS 통산 도루도 11개(역대 5위)로 적지 않다. 정수빈은 "단기전에선 공 하나, 주루 하나의 의미가 크다. PS에서도 뛰려고 언제나 마음먹고 있다"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