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호(삼성생명)가 28년 전 올림픽에서 전문가의 예상을 뒤엎고 '깜짝 금메달'을 따낸 어머니를 이어 '모자 금메달리스트'에 도전한다.
김원호는 2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프랑스 파리 배드민턴 혼합복식 준결승전에서 정나은(화순군청)과 조를 이뤄 서승재(삼성생명)-채유정(인천국제공항) 조를 2-1(21-16, 20-22, 23-21)로 물리쳤다. 이로써 최소 은메달을 확보했다.
세계 랭킹 8위 김원호-정나은 조는 상대 전적에서 5전 전패로 열세였던 세계 2위 대표팀 선배를 꺾고 결승에 진출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김원호는 '모자 메달리스트' 진기록을 예약했다. 그의 어머니는 1996 애틀랜타 올림픽 혼합복식에서 금메달을 딴 길영아 삼성생명 배드민턴 감독이다. 당시 김동문-길영아 조는 박주봉-라경민 조를 물리치고 금메달을 땄다. 길 감독은 1995 세계선수권 여자복식 금메달, 1993∼1995 전영오픈 여자복식 3연패 등을 이룬 한국 배드민턴 전설이다.
김원호는 "어머니의 금메달을 보며 어릴 때부터 꿈꿔왔는데, 이렇게 기회가 올지는 몰랐다"며 "이제는 길영아의 아들 김원호가 아니라 김원호의 어머니로 살 수 있으실 것 같다"고 말했다.
김원호-정나은 조의 결승 상대는 세계랭킹 1위 정쓰웨이-황야충 조(중국)다. 아번 대회 예선에서 만나 0-2로 졌다.
김원호는 28년 전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깜짝 금메달에 도전한다.
김동문-길영아 조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혼합복식에서 전문가의 예상의 뒤엎고 우승했다. 한국이 혼합복식에서 금메달을 기대한 조는 박주봉-나경민이었다. 한국 배드민턴의 레전드인 박주봉은 1994년 은퇴 후 다시 복귀했고, 나경민과 짝을 이뤄 혼합복식 세계랭킹 1위로 올림픽 무대에 나섰다.
그러나 김동문-길영아 조는 1시간 1분 만에 2-1(13-15, 15-4, 15-12)로 역전승을 거뒀다. 김동문-길영아 조는 1세트를 접전 끝에 13-15로 내줬으나, 2세트를 15-4로 손쉽게 따낸 뒤 3세트에서 5-10으로 뒤지던 경기를 극적으로 15-12로 뒤집었다.
김원호는 "예선에선 정쓰웨이-황야충 졌지만, 결승전은 아마 다를 것"이라고 이를 악물었다.
김원호는 남은 시간 컨디션 회복이 중요하다. 이날 준결승전 3게임 16-13에서는 메디컬 타임을 요청하며 구토까지 했기 때문이다. 그는 "헛구역질이 나오길래 한 번 나오는 거겠지 싶었는데 코트에다가 토할 것 같아서 레프리를 불러 봉지에다가 토했다"면서 "코트에서 이렇게 티를 낸 건 처음이었다. 운동선수로서 보여주면 안 되는 모습을 올림픽에서 보여줬다. 배터리가 아예 바닥난 상태였다"고 머쓱해했다.
김원호는 '올림픽 무대는 하늘이 내려주시는 것이다. 그동안 최선을 다해 훈련했으니 어떤 결과든 받아들이면 된다'는 어머니의 조언을 가슴 속에 안고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