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프로야구 올스타전 홈런 더비 출전 선수가 사상 첫 100% 팬 투표로 결정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25일부터 이틀 동안 올스타전 홈런 더비에 나설 선수를 팬 투표로 가렸다. 최정(SSG 랜더스) 김도영(KIA 타이거즈)을 비롯한 12명의 후보 중 다득표 상위 8명이 다음 달 5일 열리는 '별들의 무대'에서 홈런왕 타이틀을 놓고 경쟁한다. 출전 선수 명단이 28일 발표될 예정인데 KBO가 자체 선정한 기존 방식에서 탈피한 만큼 "신선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KBO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팬들이 원하는 선수가 홈런 더비에 참가하면 더 의미 있고 볼거리 제공 측면에서도 낫다고 판단했다"며 "이미 올스타전 관련 투표를 진행하기 전부터 구단과 협의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이번 올스타전은 총 50명의 선수가 출전하는데 명단이 최종 확정된 지난 24일 성적 기준으로 홈런 더비 출전 후보를 추렸다. '홈런 10개 이상'이 1차 커트라인이었다.
여기에 '올스타전 출전'이라는 전제 조건을 충족해야 하니 홈런 1위 맷 데이비슨(NC 다이노스)이 빠졌다. 김영웅(삼성 라이온즈)은 홈런 더비에 나설 만한 기록을 유지하고 있지만 대체 선수로 뒤늦게 발탁, 팬 투표 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없었다.
대신 거포 이미지가 어울리지 않는 김혜성(키움 히어로즈)이 홈런 더비 후보에 포함됐다. 한 구단 관계자는 "홈런 더비라고 하면 거포 이미지가 강한 선수들이 나서야 하는데 김혜성이 후보에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선수가 출전을 반길지 궁금하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구단 관계자는 "팬 투표는 결국 인기투표로 연결될 수밖에 없어서 특정 구단의 표심이 강하게 작용할 수 있다. 자칫 재미가 반감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에서 이번 팬 투표가 궁여지책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KBO가 자체 선정으로 진행하면 선수 의사를 확인하고 동의를 구하는 등의 절차가 필요하다. 올스타전에 휴식하려는 선수가 적지 않아 자원자를 기다리는 건 언감생심. 홈런 더비에서 스윙이 커져 후반기 성적에 악영향을 받는 케이스까지 왕왕 있어 출전을 꺼릴 수 있다.
2016년 올스타전 홈런 더비 우승자 루이스 히메네스(당시 LG 트윈스)는 전반기 홈런 22개를 때려내며 기세를 올렸지만, 후반기 4개를 추가하는 데 그쳤다. NC에서 활약하다 미국 메이저리그(MLB)에 복귀한 에릭 테임즈는 현지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올스타전 홈런 더비에) 참가해 본 경험이 있는데 이후 2주 동안 스윙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다"라고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 팬 투표는 선수의 출전을 강제하는 합리적인 수단일 수 있다. 후보도 기록 순으로 정했으니 뒷말이 나오기 어렵다. 과연 이번 100% 팬 투표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올해 올스타전 홈런 더비 우승자에게는 트로피 및 상금 500만원과 함께 부상이 주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