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페트레스쿠 전북 현대 감독. 사진=프로축구연맹 지난달 개막한 K리그에 또 한 명의 경질 사령탑이 나올 전망이다. 지난달 K리그2 성남FC가 개막 3경기 만에 이기형 감독을 경질한 데 이어, 이번엔 K리그1 전북 현대가 단 페트레스쿠(루마니아) 감독과 결별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6일 축구계에 따르면 전북 구단과 페트레스쿠 감독은 결별로 가닥을 잡고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 결별 확정까지는 절차가 남아 있고 경우에 따라 7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강원FC와의 6라운드까지는 지휘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결별 결과는 달라지지 않을 거라는 게 축구계 공통된 시선이다. 이미 구단과 페트레스쿠 감독은 지난 3일 제주 유나이티드 원정 0-2 완패 이후부터 관련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페트레스쿠 감독이 스스로 물러나는 자진사퇴 방식인지, 성적 부진에 따른 구단의 경질인지는 미지수다. 다만 전북 구단과 페트레스쿠 감독의 이른 결별은 불가피한 결말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페트레스쿠 감독 체제의 전북이 그만큼 추락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부임한 페트레스쿠 감독은 당시 루마니아 축구 레전드로 많은 주목을 받았으나, 지난 시즌 전북은 승점 57(16승 9무 13패)의 성적으로 리그 4위에 머물렀다. 리그 우승은 물론 FA컵 우승도 놓치면서 전북은 10년 만의 무관이라는 불명예 기록까지 안았다.
그래도 페트레스쿠 감독이 지난 시즌 도중 부임한 만큼, 이번 시즌만큼은 다를 것이라는 기대도 적지 않았다. 동계훈련부터 오롯이 페트레스쿠 감독 체제로 준비한 시즌인 데다, 티아고와 에르난데스 등 K리그에서 검증된 외국인 선수들을 비롯해 이영재, 김태환 등 대대적인 선수 보강까지 이뤄냈기 때문이다. 국가대표급 전력이 더 강해졌다는 평가 속 일각에선 올 시즌 전북이 K리그 왕좌를 탈환할 거라는 전망까지도 나왔다.
지난달 17일 김천 상무 원정에서 패배한 뒤 서포터스와 대화하고 있는 단 페트레스쿠 감독. 사진=프로축구연맹 그러나 정작 이번 시즌 전북은 추락을 면치 못했다. 당장 리그에선 개막 5경기 연속 무승(3무 2패)의 늪에 빠지며 5라운드 기준 최하위로 처졌다. K리그1·2를 통틀어 23개 구단 가운데 개막 후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팀은 전북이 유일하다. 전북이 5라운드 기준 최하위에 머무른 건 2008년 이후 무려 16년 만의 일이기도 했다. 한때 K리그 최강팀 입지를 다진 데다 국가대표급 전력을 고려하면 굴욕에 가까운 성적이었다.
비단 K리그뿐만 아니라 전북은 최대 라이벌 울산 HD에 져 2023~24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8강에서 탈락하는 등 최근 공식전 8경기 연속 무승(5무 3패)의 늪에 빠져 있다. 시즌 개막 후 전북이 승리한 처음이자 마지막 경기는 지난 2월 14일 포항 스틸러스와의 ACL 16강 1차전뿐이다. 페트레스쿠 감독을 향한 전북 팬들의 분노가 들끓을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기도 했다.
시즌 초반 결과가 안 따라오더라도 경기력적인 측면에서 반등의 희망이라도 보여줬다면 동행이 더 길어질 수도 있었겠으나, 매 경기 답답한 경기력만 이어지면서 페트레스쿠 감독 책임론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었다. 실제 올 시즌 전북은 K리그 최저 득점팀이자, 올 시즌 단 한 번도 무실점 경기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 단조로운 공격 패턴 등 결과를 떠나 경기 내용 면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는데, 좀처럼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결국 결별로 가닥이 잡혔다.
만약 페트레스쿠 감독이 물러나더라도 올 시즌 K리그 감독 교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지난달 성남 구단은 이기형 감독의 경질을 공식 발표했다. 개막 3경기 만이었다. 프로축구연맹에 따르면 시즌 개막 3경기 만에 감독이 물러난 건 역대 최단 기록이다. 2013년 승강제 도입 이후엔 욘 안데르센 감독이 7경기를 치르고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물러난 게 가장 빨랐던 기록이다. 페트레스쿠 감독이 6라운드 강원전까지 치르고 물러나더라도 승강제 도입 이후 K리그1에서는 가장 먼저 지휘봉을 내려놓은 불명예 기록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