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성훈.사진=‘눈물의 여왕’ 배우 박성훈의 활약이 돋보이는 요즘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의 빌런 전재준 역으로 얼굴을 알린 그는 최근 ‘선산’, ‘눈물의 여왕’ 등 화제작에 연이어 출연하며 시청자들에게 존재감을 각인하는 데 성공했다.
박성훈은 지난 9일 첫 방송한 tvN 토일드라마 ‘눈물의 여왕’에 윤은성 역으로 출연 중이다. ‘눈물의 여왕’은 3년 차 부부인 퀸즈 그룹 재벌 3세 홍해인(김지원)과 용두리 이장 아들이자 슈퍼마켓 왕자인 백현우(김수현)의 아찔한 결혼 생활을 담은 로맨틱 코미디다. 극 중 박성훈은 김지원의 옛 동료이자 재벌들 사이에서 유명한 투자 전문가로, 어느 날 갑자기 홍해인과 백현우 사이에 나타난 비밀스러운 인물이다. 윤은성은 홍해인에게는 다정하지만 백현우 앞에서는 점차 숨겨왔던 본색을 드러내며 두 사람의 관계에 균열을 내려 한다.
‘눈물의 여왕’에서 박성훈은 등장만으로 코맨틱 코미디의 가볍고 유쾌한 분위기를 단숨에 지우며 극적 긴장감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윤은성은 홍해인이 퀸즈 백화점에 입점시키려고 노력 중인 브랜드 헤르키나 회장의 오른팔로, 재벌3세인 홍해인에게도 ‘갑’의 위치다. 백현우는 헤르키나 입점을 빌미로 홍해인에게 접근하는 윤은성을 본능적으로 경계한다.
박성훈은 윤은성이 내면에 숨기고 있는 악함을 순간적으로 변하는 서늘한 눈빛으로 표현해 섬뜩함을 자아낸다. 최근 방영된 ‘눈물의 여왕’ 4회에서는 윤은성이 애초 퀸즈 그룹을 무너뜨리려는 속셈으로 홍해인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향후 전개에서 박성훈의 악역 연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배우 박성훈.사진=‘눈물의 여왕’ 박성훈은 그동안 악역 연기에서 강점을 보여왔다. 그를 대중에게 알린 ‘더 글로리’의 학교폭력 가해자 전재준은 영화 ‘범죄도시’의 장첸처럼 악역 캐릭터를 얘기할 때 계속 회자될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당시 박성훈은 전재준 캐릭터를 시각적으로 잘 표현하기 위해 눈썹에 스크래치를 내거나 뒷머리에 헤어 피스를 붙이는 등 캐릭터 분석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
박성훈은 지난 1월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선산’에 특별출연, 김현주의 철부지 남편 역으로 1회에만 잠깐 등장하는데도 극초반 몰입도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호평을 얻었다.
공희정 드라마 평론가는 “같은 악역이라도 박성훈이 ‘더 글로리’에서 보여준 연기와 ‘눈물의 여왕’의 악역은 결이 다르다. 전재준이 극악무도함을 보여줬다면, 윤은성은 악역이긴 하지만 로코 장르 안에서 긴장감을 유발하면서 동시에 내면에 숨겨진 비밀과 상처를 가진 인물의 심리를 보여주는 것이 포인트”라고 짚었다. 이어 “박성훈은 김수현, 김지원과도 조화로운 연기를 보여주면서 윤은성 캐릭터의 심리 묘사도 잘 해냈다”고 평가했다. ‘남남’.사진=ENA 악역으로 유명해졌지만 박성훈은 그동안 악역 이미지를 지우려는 노력도 꾸준히 해왔다. ‘더 글로리’ 이후 ENA드라마 ‘남남’에서는 정의감 넘치고 귀여운 매력의 파출소장 은재원을, ENA드라마 ‘유괴의 날’에서는 냉철한 분석력을 지닌 강력반 형사 박상윤으로 분했다. 같은 경찰공무원이지만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두 캐릭터를 다채롭게 연기하며 선역도 문제없이 소화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남남’과 ‘유괴의 날’은 각각 최고 시청률 5.5%, 5.2%를 기록,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후 ENA 드라마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작품 2, 3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악역이 훨씬 강렬하고 화제성도 높은 터라, 박성훈에게 빌런 이미지는 당분간 계속될 듯 하다. ‘눈물의 여왕’이 4회 만에 시청률 13.0%(닐슨 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인기를 누리고 있기에, 박성훈의 악역 연기에 대한 화제도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박성훈은 각각의 악역을 입체적으로 만들어왔기에, 배우로서 그의 앞날에 대한 기대는 더 커질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