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장’ 안준호 남자 농구대표팀 감독이 태국전 승리 후 극세척도(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나감)라는 사자성어를 전했다. 태국과의 2025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예선 조별리그 A조 2차전에서 96-62로 크게 격파하고 난 자리에서다.
안준호호는 25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태국과 만나 34점 차 대승을 거뒀다. 지난달 출범한 뒤 거둔 첫 번째 승리다. 안준호 감독 입장에서도 13년 만에 지휘봉을 잡고 거둔 의미 있는 승리다.
안준호호의 ‘팀컬러’를 확인할 수 있는 무대였다. 이날 한국은 강한 전방 압박과 빠른 트랜지션으로 태국에 맞섰다. 신장에서 우위에 있던 한국이 골밑 지배력에서 이기는 건 가늠할 수 있는 부분. 이에 태국은 빠른 발을 이용한 3점슛을 노렸지만, 한국의 수비 역시 이에 대응했다. 활발한 스위치 디펜스를 선보이며 태국의 공격을 저지했다. 오히려 2쿼터 중반부터는 한국이 모든 부문에서 압도했다. 경기 내내 한국은 ‘수비 리바운드→속공 득점’이라는 공격 패턴을 선보였다. 탄탄한 수비가 없었다면 이뤄질 수 없는 공식이었다.
경기 뒤 취재진과 마주한 안준호 감독은 “슬로건으로 ‘원 팀 코리아’라고 정하고, 모든 선수가 팀의 성공을 위해 자기의 영광도 기꺼이 희생할 줄 아는 그런 분위기를 당부했다”면서 “이번 열흘은 힘들었다. 호주에서 오가는 시간만 24시간이 넘었다. 4라운드가 끝난 뒤 대부분 지친 상태였다. 하지만 모두 힘든 내색 없이 경기를 소화했다. 국가대표 선수의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이 든다. 당장 타이틀을 따는 그런 위치는 아니지만, 긴 여정으로 향하는 첫발을 내디뎠다고 생각한다”라고 돌아봤다. 안 감독은 “힘든 여정에도 열정을 보여준 선수들에게 너무 고맙다. 지쳤음에도 최선을 다해주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라고 덧붙였다.
안준호 감독 입장에서 이날 경기는 긴 공백기를 뒤로하고 거둔 첫 승이다. 취재진이 ‘다시 현장에 돌아온 기분’에 대해 묻자, 안 감독은 “13년 만에 코트로 돌아왔지만, 항상 여러 캠프에서 항상 호흡을 하고 있었다. 어려움도 있었지만, 선수들이 잘 따라줘 적응에 문제가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대표팀에선 선수단 연령이 크게 낮아졌다. 기존 자원이 부상으로 빠진 악재도 있었지만, 박무빈(울산 현대모비스) 오재현(서울 SK) 등 새 얼굴이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번 발탁에 대해 안준호 감독은 “세대 교체라는 말을 들었지만, 임의적으로 할 수 있는 건 아니”라면서 “코트 위 무한 경쟁을 통해 필요한 선수를 고르겠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또 누가 새롭게 대표팀에 합류할지 모르겠지만, 이런 경쟁 분위기에 잘 적응을 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취재진은 이어 ‘과거 안준호 감독의 농구와 지금은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묻자, 안 감독은 “사실 프로팀에서는 54게임을 소화하기에 주전 의존도가 많다. 어떤 경우엔 이들이 지쳐서 하고 싶은 농구를 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반면 대표팀에선 적재적소에 필요한 선수를 기용할 수 있다. 이들이 또 자기의 역할을 코트에서 잘해주니, 프로팀과는 차이가 있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안준호 감독은 첫 승 소감에 대해 “선수들에게 강조한 내용이 있다. ‘승과 패도 좋지만, 종료 버저가 울렸을 때 가슴을 당당히 펴고 코트에 떠나길 바란다’라고. 이렇게 가슴을 피고 떠나는 선수가 많을수록, 승리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김우중 기자 ujkim50@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