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MLB)로 떠나기 전인 2012년. 당시 류현진(37·한화 이글스)은 최고의 한 시즌을 보냈다. 탈삼진 210개로 커리어하이를 기록했고 평균자책점은 2.66이었다.
하지만 팬들에게 그해 류현진에 대한 기억은 '고독한 에이스'였다. 그해 겨우 9승 9패에 그치며 데뷔 후 처음으로 10승 달성에 실패했다. 득점과 불펜 지원도 허약했지만, 수비 문제도 컸다. 총 58실점 중 비자책점은 4점으로 높지 않았으나 실책으로 기록되지 않은 실점이 상당했다.
가령 당시 그의 FIP(수비 무관 평균자책점)는 2.40(스탯티즈 기준)으로 실제 평균자책점보다 낮았다. BABIP(인플레이 타구 안타 비율)도 0.321로 개인 통산 기록(0.300)보다 높았다. 즉 수비 도움을 받지 못해 범타가 안타가 됐고 실력에 비해 많은 실점을 떠안았다는 뜻이다.
불안한 수비와 류현진의 불운은 이후 한화의 암흑기를 상징하는 밈(Meme)이 됐다. 한화의 응원가 가사를 따 '행복 수비'로 불렸고, 류현진이 방송 도중 유소년 선수들에게 "수비를 믿고 던지면 안 되지. 네가 잡아야지"라고 한 발언까지 함께 화제를 모았다.
적어도 한화가 올해 수비로 그를 괴롭힐 가능성은 상당히 작아 보인다. 한화는 지난해 조정 WAA(평균 대비 수비 승리 기여도)에서 2.116으로 1위에 올랐다.
내야수들의 기량이 개선되고 선수층도 두꺼워졌다. 깜짝 주전 유격수로 활약한 유격수 이도윤은 조정 WAA 1.623으로 리그 전체 1위에 올랐다. 기존 주전 유격수였던 하주석 역시 수비력은 리그 정상급으로 평가받는다. 실책 19개로 지표는 떨어지지만, 국가대표 4번 타자이자 3루수인 노시환도 수비에서 최원호 감독이나 김태형 롯데 자이언츠 감독 등에게 호평을 받았다. 여기에 올해는 올스타 2루수 안치홍이 가세한다. 기존 2루를 맡았던 정은원과 문현빈이 백업을 맡는 만큼 지난해보다도 더 견고해진 내야를 기대할 수 있다. 커터(컷패스트볼)와 체인지업을 주 무기로 사용하는 만큼 내야 수비는 든든한 지원군이 될 전망이다.
변수는 외야다. 한화는 2018년 이용규를 마지막으로 고정 중견수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중이다.
그러나 '짐승' 김강민 효과를 기대할 만하다. 한화가 지난해 2차 드래프트로 영입한 김강민은 KBO리그 역대 최고 외야 수비로 이름을 날렸다. 42세라 전성기 같은 수비력을 풀 시즌 보여줄 수는 없지만, 한화 야수들에게 교과서가 될 수 있는 선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