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는 이번 겨울에 '동계훈련'을 갈 계획인가. 동계훈련이라니 무슨 소리냐고? 골프를 즐기는 독자라면 다 알 것이다. 겨울에 땅이 언 국내가 아니라 따뜻한 나라에 가서 라운드를 하는 것을 동계훈련이라고 한다는 것을.
이 대목에서 뱁새 김용준 프로가 독자에게 문제를 하나 낼 테니 맞혀보기 바란다. 겨울에 운동을 하면 여름에 운동을 하는 것 보다 효과가 더 있을까? 정답은? 과학적으로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 겨울에 하나 여름에 하나 운동 효과는 같다는 말이다. 그럴 리 없다고? 그렇다면 스포츠 선수는 왜 '동계훈련'은 하느냐고? 하계훈련을 잘 하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 아니냐고? 이유가 있기는 있지만 다른 이유이다. 동계훈련이 더 효과적이어서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겨울에는 스포츠 대회가 없어서 그 틈에 훈련을 하는 것이다.
독자는 이미 정답을 알고 있었는가? 뱁새 김용준 프로는 전에는 몰랐다. 동계훈련을 하면 효과가 더 큰 줄만 알았다. 겨울에 운동을 하면 근육이 더 빨리 붙는 줄 오해했다. 더운 여름에는 힘이 들어서 근육이 잘 안 생기는 줄로만 알았던 것이다. 그런데 공부를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 같은 운동을 하면 같은 근육이 생긴다. 물론 다른 변수가 같다면 말이다.
동계훈련을 다녀온 독자는 성과가 어떠했는가? 비거리가 늘었는가? 어프로치가 더 정확해졌는가? 퍼팅 거리감이 좋아지고 짧은 퍼팅에 자신감도 생겼는가? 아니, 겨우 4박6일짜리로 가서 하루에 한 라운드씩 돌고 저녁에는 술도 한 잔 하고 실컷 놀다 왔는데 무슨 성과를 운운하느냐고? 그렇다. 바로 그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동계훈련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골퍼끼리 겨울에 해외에 가서 여러 날 함께 라운드를 하자고 할 때는 백이면 백 다 "동계훈련 같이 가자"고 한다. 그리고 가는 동계훈련은 비슷하다. 덥지 않은 아침 일찍 라운드를 한다. 한낮에는 더위를 피해서 쉬다가 오후에 한 라운드 더 하기도 하고. 동계훈련을 간 곳이 동남아시아라면 해가 일찍 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이른 저녁부터 술 한 잔 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렇게 며칠을 지내고 오면 감은 살짝 살아난다. 여러 날 연거푸 라운드를 했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기량은? 근본적으로는 높아지기 어렵다. 뭐 한 것이 있어야 기량이 자라지. 아무 운동도 안 하면 근육이 자라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다녀온 '동계훈련'은 실은 훈련이 아니다. 놀러 갔다 온 것이지. 그래도 아예 안 간 것 보다는 나은 것 아니냐고? 큰 차이가 없다. 감이 살짝 살아있다는 정도만 빼고는. 그 정도 이점은 오는 봄에 시즌을 시작하면 곧 사라지고 만다.
기량이 느는 동계훈련은 어떤 것이냐고? 답을 찾는 것은 간단하다. 겨울이 지나면 기량이 가장 크게 느는 골퍼는 누구인지 생각해 보면 안다. 그래서 독자가 한 동계훈련 내용과 비교해 보면 된다. 누가 겨울 사이에 기량이 가장 많이 느는가? 바로 엘리트 골퍼들이다. 프로 골퍼이거나 프로 골퍼가 되기 위해 준비하는 골퍼 말이다. 이들은 겨울을 어떻게 보낼까? 독자와 가장 큰 차이는 근력 운동일 것이다.
엘리트 골퍼는 겨울에 근력운동을 집중적으로 한다. 물론 경기가 열리는 시즌에도 틈틈이 하기는 한다. 그래도 본격적으로 근력운동을 하는 것은 겨울이다. 동계훈련 가서 라운드 후에 하는 일과도 다르기 마련이다. 엘리트 골퍼는 라운드를 할 수 없는 시간에는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샷을 연습한다. 연습 퍼팅 그린 주변에서 어프러치를 연마하거나. 저녁에는? 잔다. 새벽부터 일어나서 라운드 하고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샷을 연습하고 피트니스센터에서 근력운동까지 하고 나면 자지 않고 버텨낼 수 있을까?
똑같이, 아니 비슷하게 하기에는 동계훈련 기간이 너무 짧은 것 아니냐고? 길어야 일주일인데 어떻게 그런 프로그램을 하느냐고? 백 번 이해한다. 동계훈련을 길게 갈 수 있는 억세게 운이 좋은 독자는 드물다는 것을. 그래도 여건에 맞는 동계훈련을 반드시 제대로 해야 골프가 는다. 근력운동은 해외로 떠나기 전에 국내에서부터 해야 한다. 어떤 운동을 해야 하는지야 소셜 미디어에 정보가 널려 있다. 그리고 레슨도 받기를 권한다. 스윙을 배워서 익혀야 제대로 된 연습이고 훈련이다. 충분히 연습을 해서 실전 라운드에 적용해 보려고 떠나는 것이 동계훈련이 되어야 한다고 뱁새는 생각한다.
누가 그것을 모르느냐고? 그렇게 해야 기량이 는다는 사실을? 그렇지만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냐고? 프로 골퍼가 될 것도 아닌데! 혹시 라이벌이 올 겨울을 뱁새가 말한 것처럼 보내고 있다면 어떻게 할 셈인가? 그가 괄목상대해져서 봄 시즌에 독자를 쓰러뜨린다면? 그 수모를 어떻게 이겨낼 작정인가? 그런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있다. 바로 눈 앞에서 보고 있다. 상수를 라이벌 삼았다고 대놓고 선언하고 칼을 갈고 있는 열정 넘치는 골퍼 말이다. 독자가 그런 골퍼이기를 뱁새는 진심으로 바란다.
‘뱁새’ 김용준 프로와 골프에 관해서 뭐든 나누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메일을 보내기 바란다. 지메일 ‘ironsmithkim’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