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김강민(왼쪽)과 안치홍이 30일 한화 스프링캠프지인 호주로 이동하기 전 인천국제공항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팀에 맞게 움직이겠다. 그러려면 그에 맞는 몸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올겨울 안치홍(34)은 자유계약선수(FA)가 돼 한화 이글스로 이적했다. 4+2년(상호 옵션) 총액 72억원의 대행 계약이었다.
2009년 프로에 데뷔한 그의 두 번째 FA였다. 2020년 그가 FA 시장에 처음 들어섰을 때만 해도 빅딜을 확신하기 어려웠다. 안치홍은 원소속팀 KIA 타이거즈에서 마지막 해(2019년) 타율 0.315를 올렸으나 홈런이 5개에 그쳤다. 직전 2년 연속 20홈런을 친 장타력이 실종됐다. 수비력도 떨어졌고, 부상으로 105경기만 소화한 채 시즌을 마쳤다. 20대 시절 역대급 2루수로 꼽혔던 그가 친정팀에 남지 못한 이유였다.
그해 안치홍은 롯데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2+2년 총액 56억원 계약이었다. 보장된 건 2년 21억원만이었으나, 구단과 합의 하에 나머지 2년 옵션을 행사하는 데 성공했다. 안치홍은 롯데에서 4년 동안 타율 0.292 511안타를 기록할 만큼 꾸준했다. 이 기간 홈런은 40개로 많지 않았으나, 2루타가 105개나 됐다. 4년 평균 장타율(0.427)과 출루율(0.364)을 합친 OPS가 0.791로 개인 통산 성적(OPS 0.800)에 근접했다.
안치홍은 안치홍답게 꾸준했다. 결국 30대 중반의 나이에 더 좋은 계약을 맺는 데 성공했다. KBO리그 역대 최고 2루수로 꼽히는 정근우(통산 타율 0.302 1877안타)도 다시 추격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30일 한화 스프링캠프 출국 전 인천국제공항에서 만난 안치홍은 "내가 선수로 엄청난 활약을 보였던 건 아니지만,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다. 매년 개인적으로 세워둔 기준은 넘기고 싶었고, 그렇게 계획하고 실현했다"며 "그런 부분을 주위에서도 알아주신 것 같다. 그 부분은 정말 기분 좋다"고 계약 소감을 전했다.
한화 이글스 안치홍.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롯데 자이언츠 시절 안치홍의 모습.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좋은 계약을 맺은 게 끝이 아니다. 안치홍은 한화와 최소 4년, 최대 6년을 함께한다. 최대 39세까지 한화 유니폼을 입고 뛴다. 그가 30대 초반처럼 활약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실제로 김성래, 홍현우, 박정태 등 전설적인 2루수들 대부분은 늦어도 30대 초반 나이에 2루를 떠났다. 정근우 역시 36세 시즌이었던 2018년부터 1루와 외야를 오갔다.
안치홍도 이를 안다. 그는 "나도 이제 30대 중반 나이다. 몸 관리를 잘해야 하겠다"고 다짐했다. 물론 여러 선택지가 있다. 이미 롯데에서 뛸 때부터 1루수를 병행한 만큼 포지션을 옮기면 수비 부담이 덜하다. 안치홍 역시 계약 때 먼저 멀티 포지션 소화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안치홍은 멀티 포지션 소화가 개인 부담을 줄이려는 목적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오히려 팀의 필요를 채울 수 있게 2루수도, 1루수도 모두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봤다. 그는 "(주 포지션인) 2루수를 고집하겠다는 게 아니다. 2루수와 1루수를 병행하면서 팀 상황에 맞게 움직여야 한다"며 "그러려면 그에 맞는 몸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개인 성적에서도 충분하게, 또 꾸준하게 결과를 거둘 것"이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