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모습을 드러낸 장정석 전 KIA 타이거즈 단장과 김종국 전 KIA 감독은 말이 없었다.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으러 들어갈 때는 물론이고 나올 때도 입을 열지 않았다. "뒷돈을 받은 게 사실인가" "혐의를 인정하나" "팬들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취재진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았다. 불과 며칠 전까지 현장에서 부대낀 야구인이라는 게 믿기 어려울 정도로 '냉기'가 가득했다.
프로야구계는 며칠 사이 큰 충격에 빠졌다. 야구단 단장과 감독이 배임수재 혐의 등으로 구속 영장이 청구된 건 1982년 출범한 프로야구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구단 고위 관계자의 개인 비위가 동시에 터진 KIA는 사건을 수습하느라 진땀 빼고 있다. 29일 호주로 스프링캠프를 떠난 진갑용 수석 코치는 복잡한 심경을 내비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30일 비행기에 오른 선수단의 분위기도 무겁긴 마찬가지였다. 클린 베이스볼을 강조한 한국야구위원회(KBO)도 사건의 추이를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비판의 목소리가 들불처럼 확산하면 자칫 KBO리그 흥행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례를 찾기 힘든 사건인 만큼 30일 두 사람의 '입'에 관심이 쏠렸다. 선수 계약에서 뒷돈을 수취하거나 광고 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의혹에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했다. 만약 검찰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면 공개적으로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취재진을 외면했다. 범죄 여부를 떠나 야구계를 혼란에 빠트린 점에 대한 사과의 말도 없었다. KIA가 명가 재건을 목표로 고심 끝에 선택한 단장과 감독이었다는 걸 고려하면 구치소행 호송차에 오르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고 허탈함까지 느껴졌다.
30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시끌시끌했다. 대장동·위례신도시 배임 및 성남FC 뇌물 의혹 공판에 출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보려는 지지자와 반대자가 뒤섞여 저마다 큰 목소리를 냈다. 충돌을 우려한 사복 경찰이 법원 곳곳에 배치돼 현장을 통제하기도 했다. 불과 몇 분 차이로 현장에 도착하고 떠난 장정석 전 단장과 김종국 전 감독은 유독 조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