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아이유(IU)가 선공개 곡 ‘러브 윈즈 올’로 주요 음원차트 1위를 석권하며 ‘음원퀸’의 귀환을 알렸다.
지난 24일 오후 6시 각종 음원 사이트에 선공개된 ‘러브 윈즈 올’은 발매와 동시에 멜론 TOP100과 HOT100, 지니, 벅스 등 온라인 실시간 음원차트 1위에 올랐다. 특히 이 곡은 발매 1시간 만인 오후 7시 멜론 TOP100 1위로 직행했는데, 이는 지난 2021년 8월 차트 개편 후, 여자 아티스트 중 가장 빠른 속도다.
◇ 서정&서사 극대화…아이유표 대곡 발라드의 정수
‘러브 윈즈 올’은 미니멀하고 빈티지한 피아노 인트로로 운을 띄워 맥시멈한 아웃트로에 이르기까지 기승전결이 확실한 발라드 곡이다. ‘비밀’, ‘이름에게’, ‘러브 포엠’, ‘아이와 나의 바다’ 등 아이유표 대곡 발라드 시리즈를 이어갈 것이란 소속사의 공언대로, 이 곡은 4분32초 동안 장엄한 서사로 전개되며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미니멀하고 잔잔한 피아노 선율의 전주를 지나 등장하는 아이유의 보컬은 특유의 재질감이 느껴지는 결로 시작해 점점 맑고 또렷해진다. 대혐오의 시대로 불리는 세상을 향한 아이유의 따뜻하고도 단단한 시선은, 서동환이 작곡한 유려한 멜로디를 자유롭고 서정적으로 때론 격정적으로 넘나들며 리스너의 마음에 전달된다.
곡을 접한 상당수 리스너들은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미움과 혐오의 시대를 아름다운 감성으로 짚어낸 용기가 대단하다” “3분 내외의 댄스 챌린지 위주의 곡만 듣다 이 곡을 들으니 귀가 정화되는 느낌” “좋다 못해 경이로운 느낌이다” “아이유 어디까지 성장할 것인가” 등의 반응을 쏟아냈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엄태화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방탄소년단 뷔가 출연한 ‘러브 윈즈 올’ 뮤직비디오도 화제다. 뮤직비디오는 말하지 못하는 이(아이유)와 왼쪽 눈으로만 세상을 볼 수 있는 이(뷔)의 디스토피아 생존기다. 세상의 차별이 ‘네모’의 모습을 띤 채 집요하게 그들을 쫓아오고 그럴 수록 서로에 더욱 의지할 수 밖에 없는 두 사람의 모습을 그린다.
뮤직비디오 스토리상 두 사람의 육체는 끝내 소멸되고 그들이 걸치고 있던 옷만 남지만 공중으로 떠오른 두 사람은 온갖 억압과 압박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롭게 날아간다. 소속사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드레스와 턱시도는 현실에서 의미 있고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형식들이 과연, 참 본질을 보여주는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는 의미도 내포한다”고 설명했다.
이 뮤직비디오는 공개된 지 24시간 여 만에 조회수 1600만 뷰를 돌파하며 인기 급상승 동영상 1위에 오른 가운데, 영화 같은 스토리 전개와 영상미에 국내외 팬들의 N차 관람을 유발하고 있다. 이 뮤직비디오에 대한 해석도 ‘장애를 비정상적으로 그린 게 불편하다’는 의견부터 ‘다양한 해석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 등이 크게 엇갈리면서 더욱 화제를 모으고 있다.
◇ “아티스트로 또 한 번 진일보…MZ세대에 건네는 위로”
김성수 대중음악 평론가는 ‘러브 윈즈 올’에 대해 “사회의 억압과 폭력, 위기에 맞서는 사랑의 가치를 발견해 노래했다”며 “아티스트로서 아이유의 성장을 또 한 번 보여준 곡”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그는 “이 곡은 뮤직비디오와 같이 봐야 곡의 메시지가 잘 전달되는데, 현 한국 사회 나아가 전 세계 공동체의 위기를 MZ세대가 얼마나 공포스럽게 느끼는지를 보여주고 있다”며 “시대를 기록한 음악 중 하나가 될 것이라 본다”고 짚었다.
뮤직비디오에서 아이유와 뷔의 뒤를 쫓는 ‘네모’에 대해선 “제도나 권위의 상징으로 그려진 이 네모를, 죽을만큼 힘든 상황으로 읽어내고 표현했다”고 분석하며 “이전에도 아이유는 음악을 통해 은유적으로 사회에 나름의 메시지를 던져왔지만 이번엔 뮤직비디오를 통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던지고 있다”고 평했다.
특히 김 평론가는 “뻔해 보이는 사랑으로의 귀결이 아니라 ‘결국, 그럼에도, 어째서 우리는 서로일까’라는 가사가 던지는 물음처럼 ‘왜’ 그런지에 대해서 함께 고민하지 않으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들어있다. 개개인으로 떨어져있지 않다는 통찰이 MZ 세대들에게 이질적이면서도 위로를 줄 수 있지 않나 싶다”고 곡의 메시지를 분석했다.
김 평론가는 “기존 곡들에서 아이유가 잘 쓰지 않았던 관념어가 많이 들어있다. 의도적으로 딱딱하게 뽑아내고 그걸 섬세하게 부름으로써 딱딱함 속에 숨어있는,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하는 감정을 아이유가 표현하려 노력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곡은 당초 ‘러브 윈즈’라는 제목으로 제작됐으나 해당 문장이 성소수자들이 혐오에 저항할 때 사용하는 문장이라는 비판이 제기됨에 따라 ‘러브 윈즈 올’로 변경되는 해프닝을 겪기도 했다. 아이유 측은 당시 논란에 대해 “이 곡의 제목으로 인해 중요한 메세지가 흐려질 것을 우려하는 의견을 수용한다”며 “혐오 없는 세상에서 모든 사랑이 이기기를, 누구에게도 상처되지 않고 이 곡의 의미가 전달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아이유는 오는 3월 2일 서울 KSPO DOME을 시작으로 ‘2024 IU H.E.R. World Tour Concert’를 개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