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양의지가 11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23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포수 부문을 수상하고 소감을 말하고 있다. 김민규 기자 mgkim1@edaily.co.kr "이승엽 감독님께서 내년엔 환호성을 들으시게 하겠다."
양의지(36·두산 베어스)는 지난 11일 열린 2023 골든글러브(GG) 시상식에서 KBO리그 역대 최고 포수로 등극했다. 올해 타율 0.305 17홈런 68타점, 출루율(0.396)과 장타율(0.474)을 합친 OPS 0.870으로 두루 뛰어난 성적을 기록했다. 그는 이날 포수로 통산 8번째 GG(지명타자 포함 총 9회)를 수상해 김동수(7회)를 제치고 포수 역대 최다 수상자로 기록됐다.
포수 중 최고령 기록인 것도 의미가 크다. 이날 수상으로 만 36세 6개월 6일 수상자가 된 양의지는 지난 2021년 강민호(삼성 라이온즈)가 쓴 만 36세 3개월 22일 기록을 3개월가량 넘어섰다. 총 9회, 6연속 GG 수상을 이룬 그에게 남은 건 이승엽 감독이 선수 시절 쓴 총 10회, 7연속 수상뿐이다. 개인의 영광이 눈앞이다. 지난해만 해도 양의지는 GG 수상 후 "두산과 계약한 6년 동안 한 번만 받으면 1등이 된다. 도전해 보겠다"를 외치며 포수 역대 1위에 대한 목표를 드러냈다.
올해는 다르다. 양의지는 더 이상 개인 수상에서 자존심을 찾지 않는 듯했다. 그는 수상 후 "남은 야구 인생에서 조금 더 모범이 되는 선배, 선수로서 후배들에게 좋은 모습 보이고 마무리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며 다음 수상에 대해서는 "열심히 하겠다"고 짧게 답했다.
두산 양의지가 11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23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포수 부문을 수상하고 시상자 박철순의 축하를 받고 있다. 김민규 기자 mgkim1@edaily.co.kr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대신 팀 성적으로 자존심을 회복하고 싶다고 했다. 양의지는 내년 목표에 대해 "이승엽 (두산) 감독님께서 내년엔 환호성을 들으실 수 있게 저희 선수들이 열심히 하겠다"며 "올해는 LG 트윈스가 우승했지만, 내년에는 두산이 다시 우승할 수 있도록 준비를 잘해서 돌아오겠다"고 다짐했다.
환호성을 이야기한 이유가 있다. 이승엽 감독은 올 시즌 마지막 홈 경기였던 10월 16일 잠실 SSG 랜더스전에서 패배 후 포스트시즌 출정식 행사에서 두산 팬들의 야유를 들었다. 지난해 9위였던 최종 순위가 5위로 올랐지만, 시즌 중 선수 기용법에서 팬들의 불만을 샀다. 특히 야유가 있었던 16일 경기를 포함해 3위가 걸린 최종 3경기에서 패한 게 결정적이었다.
이승엽 감독은 시즌 후 마무리 훈련 당시 이에 대해 "인정한다. 내년엔 (야유를) 박수로 바꾸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이 감독과 선수단 모두에게 야유 사건의 파장은 클 수밖에 없었다.
2023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지난 6월 28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두산 선발 장원준이 3회 NC 공격을 막고 포수 양의지와 하이파이브 하고있다. 잠실=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팀 리더였던 양의지는 사령탑을 감쌌다. 그는 "그때 분위기는 약간 무거웠던 것 같다. 감독님께서도 선수단에 내색은 안 했지만, 아주 힘드신 한 해였을 것"이라며 "아쉽게 (순위 상승의) 기회를 놓치긴 했지만, 그래도 지난 시즌 무너졌던 팀(9위)을 다시 가을야구로 올리는 성적을 냈다. 감독님께서 올해 사령탑으로 첫해였는데도 정말 잘해주셨다. 성공적인 시즌이라 생각한다"고 돌아봤다.
'팬들의 환호성'은 더 좋은 성적과 함께 따라올 것이다. 양의지는 "내년엔 올해를 발판으로 삼아 팀이 더 강해질 거로 생각한다. 감독님, 선수들, 프런트 모두 기대하고 있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