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프로축구 K리그1 시상식이 그야말로 ‘역대급 경쟁’으로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예년과 달리 개인상 어느 부문에서도 압도적인 지지를 받을 만한 후보가 보이지 않을 정도다. 매우 근소한 차이로 수상 희비가 엇갈릴 가능성도 크다.
프로축구연맹은 내달 4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리는 2023 하나원큐 K리그 대상 시상식을 앞두고 각 부문별 후보들을 공개했다. 각 구단이 제출한 명단을 토대로 연맹 기술위원회(TSG) 소속 위원·취재기자·해설위원 등 전문가들로 구성된 후보선정위원회가 후보(4배수)를 선정했다. 수상자는 각 구단 감독·주장(각 30%) 미디어(40%) 투표를 합산해 결정된다.
가장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이는 부문은 감독상이다. 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과 김기동 포항 스틸러스 감독, 이정효 광주FC 감독, 조성환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이 후보에 올랐다. 이 가운데 홍명보 감독과 이정효 감독 간 치열한 2파전이 유력하다.
지난 시즌 울산을 17년 만에 K리그 정상으로 이끌었던 홍명보 감독은 2년 연속 감독상 수상에 도전한다. 올해는 창단 첫 K리그 2연패와 함께 지난 시즌보다 더 빠르게 우승을 확정했다. 역대 40차례 시상식에서 우승팀 사령탑이 감독상을 품은 건 무려 37차례(92.5%)에 달했다.
우승 프리미엄 없이도 감독상을 받은 사례들도 있다. 2005년 장외룡(인천) 2010년 박경훈(제주 유나이티드·이상 준우승) 2020년 김기동(포항·3위) 감독이었다. 리그 판도를 흔들 만큼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거나,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준 감독들에게 깜짝 수상의 영예가 돌아갔다. 올해는 이정효 감독이 이 기록에 도전한다.
지난 시즌 광주의 K리그2 우승을 이끌었던 이정효 감독은 승격 첫 시즌인 올해도 광주를 3위(37라운드 기준)까지 이끄는 돌풍을 일으켰다. 성적뿐만 아니라 유기적인 패스와 움직임 등 공격적인 전술로도 호평을 받았다. 그라운드에서 직접 광주를 상대했던 감독·주장 투표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승격팀 광주가 다음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출전권까지 따내면 감독상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광주는 내달 3일 포항과의 최종전 결과에 따라 다음 시즌 ACL 출전 여부가 결정된다. 이 감독이 승격 첫해 광주를 아시아 무대까지 이끌면 감독상 향방은 미궁에 빠질 수 있다.
김주찬(수원 삼성) 이호재(포항) 정호연(광주) 황재원(대구FC)이 경합을 펼치는 영플레이어상도 최대 격전지로 꼽힌다. 33경기(선발 29경기)에 출전해 4골·2도움을 기록하며 광주 돌풍의 주역으로 활약한 정호연, 32경기(선발 29경기) 1골·3도움으로 만만치 않은 존재감을 보여준 황재원이 경합을 벌인다. 출전 시간은 적지만 공격수 이호재는 8골(1도움)을 넣은 임팩트가 있다.
최우수선수상(MVP)은 김영권(울산) 안영규(광주) 제카(포항) 티아고(대전하나시티즌)가 후보에 올랐다. 울산의 우승을 이끈 핵심 수비수 김영권이 유리하지만, 울산 구단이 김영권만 MVP 후보로 낸 건 다소 의외라는 시선이 많다는 점이 변수가 될 수 있다. 제카는 12골·7도움, 티아고는 16골·6도움이라는 공격 포인트 수에서 경쟁자들보다 확연한 우위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