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완은 23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서 열린 ‘나는 지구인이다’ 발매 기자간담회에서 “세상이 험한데 갈수록 뮤지션으로서는 ‘참 나약하구나’ 생각을 한다. 환경 문제도 심각하고 전쟁도 일어나고 있지 않나”라며 “이러한 소식들을 들으면서 내가 형편 없다고 느껴졌다. 그러다 어느 날 새벽 문득 ‘나는 지구인인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창완은 “이 주제를 물고 며칠을 지냈다. 어느 날은 자전거를 타고 나가서 이 몇 소절에 어슬렁거렸다”며 “김창완 밴드에서 어렌지를 하길 바라서 멤버들에게 보냈는데 2~3주 후에 테크노팝으로 이 소리를 보내주더라. 이 지구가 얼마나 소중하고, 지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작지만 소중한 행복을 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김창완은 “들어보면 아무것도 없다”며 특유의 꾸밈없는 모습으로 웃었으나, ‘나는 지구인이다’는 동요 같은 쉬운 멜로디에 우리나라 대표 밴드 산울림의 멤버로 큰 사랑을 받은 김창완의 편안하고 매력적인 보컬이 역시나 돋보인다. 46년간 수많은 음악으로 때로는 행복을, 때로는 위로를 건넨 김창완의 원숙함이 고스란히 담겼다.
‘나는 지구인이다’는 김창완이 지난 2020년 발매한 ‘문’ 이후 3년 만에 선보이는 신보다. 동명의 타이틀곡은 김창완이 그동안 해왔던 직선적인 록이나 소박한 포크의 형태 대신 전자음악 사운드를 바탕으로 복고풍 정서를 담은 신스팝이다. 앨범은 13곡으로 구성됐는데 타이틀곡을 포함해 ‘둘이서’, ‘누나야’, ‘식어버린 차’ 등 대부분 기존에 발표한 작품 중에 선곡이 이뤄졌다. 여기에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를 기타 연주곡으로 편곡한 ‘월광’ 등이 담겼다.
이날 기자간담회 장소는 작은 무대가 설치된 10여 평의 홀이었다. 김창완은 “늙은이가 판을 냈는데 취재진에게 오시라고 하기 민망하더라. 바쁘실 텐데 오신 김에 몇 자락 노래를 불러드리고 싶어서 이 장소를 준비했다”며, 40여 년 전 발표한 ‘기타가 있는 수필’을 불렀다. 이어 이번 앨범의 수록곡 ‘월광’을 연주했는데 “2~3년 전부터 클래식에 관심을 갖게 돼서 악보를 보기 시작했다”며 베토벤의 곡을 수록한 이유를 전했다.
김창완은 가수뿐 아니라 배우, 라디오 DJ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다. 1977년 데뷔해 40여 년 넘게 여러 활동을 꾸준히 하는 이유에 대해 김창완은 “원동력은 매일 내가 어제의 내가 아니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이어 “사실 마음만 그렇지 구태를 벗어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뭔가를 계속 내려놓으면서 연습하고 있다”며 “’나는 지구인이다’를 만들 때만 해도 ‘내가 뭘 더 내려놔야 노래가 나올까’ 생각했다. 무언가를 더하려고 한 게 아니고 ‘내 욕심이나 도그마로부터 벗어나야지’ 그렇게 간절히 바랐다”고 전했다.
‘나는 지구인이다’는 24일 공개된다. 각종 음원사이트에서 스트리밍으로 서비스되며 무선 통신 기술인 NFC를 활용한 카드 앨범과 CD, LP로도 발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