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축구 인생이 술술 풀린 백승호(26·전북 현대)지만, 마냥 웃지 못한다. 그는 팀 성적 부진의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
백승호는 지난달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AG)에서 축구대표팀의 주장으로 금메달 획득에 이바지했다. 군 입대를 위해 김천 상무에 지원했던 백승호는 꿈에 그리던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병역 문제를 해결, 축구 인생에 날개를 달았다. 조금 더 이른 나이에 다시금 해외 진출을 꿈꿀 수 있게 됐다.
마음의 짐을 던 백승호는 지난 1일 인천 유나이티드와 대한축구협회(FA)컵 4강전 승리를 이끈 후 “(AG 금메달 획득으로) 마음이 많이 편해진 것 같다”며 웃었다.
그러나 2주 새 그의 심경은 크게 변했다. 전북이 중요한 경기에서 모두 결과를 잡지 못한 탓이다. 전북은 지난 4일 백승호가 ‘우승’을 자신했던 FA컵 결승전에서 포항 스틸러스에 패하며 올해 ‘무관’을 확정했다. ‘명가’를 자부하던 전북이 2013년 이후 10년 만에 우승 트로피가 없는 쓸쓸한 한 해를 보내게 된 것이다. K리그1에서 한 시즌 내내 부진했던 전북은 FA컵에서 명예 회복을 노렸지만, 이마저도 안 됐다.
아시아 무대에서도 갈 길을 잃었다. 전북은 FA컵 정상을 놓친 아픔을 잊기도 전인 지난 8일 라이언 시티(싱가포르)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4차전에서 패배하며 16강 진출이 어려워졌다. 나흘 만에 치른 인천과 리그 경기에서도 1-1로 비기며 AFC 최상위 대회인 ACLE 티켓을 얻는 것도 난망이다.
전북의 중원 사령관인 백승호는 지난 12일 인천전을 마친 후 무거운 목소리로 “무조건 이긴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해야 할 것 같다. 볼을 하나하나 아끼고(신중하게 처리한다), 다시 생각하고 더 간절하게 뛰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비단 팀의 부진이 본인의 탓은 아니지만, 백승호는 뉘우쳤다. 그는 “팬분들에게 죄송하고 나 자신에게 실망스럽다. (올해)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며 “남은 경기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다짐했다.
리그 4위인 전북은 올 시즌 광주FC, 울산 현대와 2경기만을 남겨뒀다. FA컵 우승팀인 포항 스틸러스가 톱3로 시즌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전북(승점 54)은 남은 2경기에서 현 3위 광주(승점 58)를 끌어내려야 2024~25시즌 ACLE 진출권을 손에 넣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