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KBO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한국시리즈 2차전 경기가 8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8회말 1사 2루 박동원이 역전 투런홈런을 치고 홈인해 오지환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잠실=김민규 기자 mgkim1@edaily.co.kr /2023.11.08/
"그때는 내가 많이 부족했다."
지난 2월이었다.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본지와 만난 박동원(33·LG 트윈스)은 한국시리즈(KS)의 경험을 돌아보며 '자책'을 먼저 했다. 2014년과 2019년 히어로즈 소속으로 두 번 KS 무대를 밟은 박동원은 모두 준우승에 그쳤다. 주전과 백업으로 역할은 달랐으나 결과는 같았다. 그는 "그때로 돌아갈 수 없고 그런 기회가 쉽게 오지 않더라. 기회가 오면 잡기 위해서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다"며 "인생의 큰 경험인데 또 (KS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나. 박동원의 개인 세 번째 KS 기회는 빠르게 찾아왔다. LG 이적 첫 시즌, 팀을 29년 만의 정규시즌 우승으로 이끌며 KS 무대에 직행한 것이다. KS 1차전 3타수 무안타에 그칠 때만 하더라도 전망은 부정적이었다. 박동원은 앞선 두 번의 KS 타율이 0.143(21타수 3안타), 포스트시즌(PS) 통산 타율도 0.197로 2할이 되지 않았다. 팀도 2-3으로 패해 우승 확률이 25.6%까지 떨어졌다. 앞선 실패를 반복하는 것처럼 보였다.
잠잠하던 박동원의 배트는 KS 2차전에서 폭발했다. 6회 세 번째 타석에서 시리즈 첫 안타를 신고하더니 8회에는 결승 투런 홈런까지 터뜨렸다. 3-4로 뒤져 패색이 짙던 8회 말 1사 2루에서 박영현의 체인지업을 공략, 왼쪽 펜스를 훌쩍 넘겼다. 안방마님으로 풀타임을 소화하며 타석에선 홈런 포함 멀티히트(4타수 2안타 2타점)로 시리즈 반격 선봉에 섰다. 그는 경기 뒤 "어떻게든 살아 나가고 싶어서 기습번트도 고민했다. 치길 잘한 거 같다"며 껄껄 웃었다.
2023 KBO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한국시리즈 2차전 경기가 8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8회말 1사 2루 박동원이 역전 투런홈런을 치고 홈인해 염경엽 감독과 포옹하며 환호하고 있다. 잠실=김민규 기자 mgkim1@edaily.co.kr /2023.11.08/
박동원은 LG 유니폼을 입으면서 과거 히어로즈에서 사제 간 인연을 맺은 염경엽 감독과 재회했다. 염 감독이 주목한 건 타격이다. 캠프 내내 감독이 주문하면 선수는 그 내용을 흡수했다. 박동원이 "그런 이야기를 좀 빨리 들었으면 (확신을 갖고 훈련할 수 있으니) 더 좋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좀 있는 거 같다"고 말할 정도였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타율은 제자리걸음을 걸었지만, 정규시즌 홈런을 20개나 때려냈다.
외국인 타자 오스틴(23개)에 이은 팀 내 2위이자 LG 팀 홈런(93개·6위)의 21.5%를 홀로 책임졌다. 장타자가 많지 않은 팀 특성상 박동원의 홈런은 가뭄에 내린 단비와 같았다. 주로 7번 타순에 배치돼 '공포의 하위 타선'을 이뤘다. 중심 타선에서 찬스를 해결하지 못하면 일발장타로 승부의 균형을 무너트렸다. KS 2차전 홈런은 염경엽 감독이 기대하는 박동원의 모습 그대로였다. 장타 하나로 시리즈 분위기를 바꿨다.
박동원은 "2014년 KS 우승이 가장 아쉽다. 그 아쉬웠던 기억을 이젠 좋은 결과로 만들어 내고 싶다"고 말한다. LG는 KS 2차전 승리로 우승 확률(1차전 패배→2차전 승리 시)을 44.4%(18회 중 8회)까지 끌어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