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30살이 된 유승호는 많은 변화를 맞이했다. 새로운 소속사에서 적응하고 배우로서 색다른 장르에 도전했다. 또 아역 배우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성숙해지려 노력했다.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건물에서 웨이브 오리지널 ‘거래’로 돌아온 유승호와 인터뷰를 했다. “이런 거 너무 오랜만이라 떨린다”며 수줍은 미소를 짓다가도, 답변 하나하나 진지하게 답하는 그의 모습에서 연차가 오래 쌓인 배우라는 게 실감이 났다.
그는 지난 6일 공개된 ‘거래’를 통해 이미지 변신을 꾀했다. 그간 로맨스나 사극에서 보이던 모범적이고 신사적인 모습이 아닌 선과 악이 공존하는 납치범으로 대중 앞에 선 것.
유승호는 “감독님이 먼저 제안해 주셨을 때 놀랐다. 배우로서 내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저 스스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감사함을 표하며 “대본을 받고 바로 ‘출연하고 싶다’고 말했다. 주제가 너무 흥미로웠다”고 작품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거래’는 순간의 선택이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가 된 100억 납치 스릴러를 그린다. 극 중 유승호는 고교 시절 축구 유망주로 주목받았지만, 꿈이 꺾인 후 불법 토토로 어마어마한 빚을 떠안게 되는 이준성을 연기했다. 캐릭터 설정 탓에 유승호는 끊었던 담배도 다시 피우고 몰랐던 욕도 알게 되는 등 다난한 과정을 경험했다.
“욕하는 장면부터 담배 피우는 장면까지 카메라 앞에서의 제 모습이 낯설었어요. 오죽하면 손이 부들부들 떨리더라고요. ‘카메라에 어색하게 담기면 안 되는데’ 하는 걱정이 제일 컸죠.”
그러나 우려와 달리 유승호에게 ‘거래’는 인생작이 됐다. 그는 “제 주변에 전라도 친구가 있다. 정말 냉정한 친구인데 그 친구에게 딱 문자 한통이 왔더라. ‘아따 이번 작품 멋들어지네’라는 문자를 보고 안심했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을 위해 머리도 짧게 깎은 유승호는 “20대 갓 전역한 남자 학생 느낌을 살리고 싶었다. 납치범이지만 약간의 허술한 성격이 외적으로 드러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개인적으로 머리가 더 짧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고 말했다.
‘거래’ 속 유승호의 까까머리는 2002년 그가 출연한 영화 ‘집으로…’ 를 떠오르게 한다. 당시 초등학생이던 유승호는 극 중 할머니가 자른 머리가 마음에 들지 않자 “내가 조금만 자르라고 했잖아”라며 우는 등 철없지만 정 많은 손자 역으로 대중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리고 21년이 지난 지금도 ‘집으로…’는 유승호를 따라다니는 대표작으로 꼽힌다.
“20대 때는 ‘집으로…’ 질문이 나오면 일부러 피하기도 했어요. 빨리 아역배우 이미지를 벗어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30대가 되니 오히려 즐겨요. 지금 제가 봐도 너무 귀엽더라고요.(웃음)”
무엇보다 ‘거래’는 유승호가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로 이적한 후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그는 “YG는 so게 가요 소속사라는 이미지가 컸다. 나와 다른 결의 회사이지만, 그런 분들과 일을 하면 나의 다른 모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라고 YG로 이적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30대를 기점으로 유승호는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을까. 그는 “이전보다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면서 “앞으로는 안 해본 캐릭터들에 도전하려고 한다. 아역배우의 이미지를 완전히 지울 수는 없겠지만, 변화는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