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북한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승리한 한국 여자농구 대표팀. 연합뉴스
여자농구 대표팀이 ‘노메달 전멸’ 위기에 있던 프로 스포츠를 구해냈다.
정선민 감독이 이끄는 여자 농구 대표팀은 5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체육관에서 열린 대회 여자 농구 동메달 결정전에서 북한을 93-63으로 제압하며 3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이로써 여자농구 대표팀은 4회 연속 아시안게임 메달을 획득했다. 2006년 도하 대회에서 노메달 수모를 겪은 여자농구 대표팀은 2010년 광저우 대회 은메달, 2014년 인천 대회 금메달,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북한과 단일팀을 이뤄 은메달을 획득한 뒤 항저우 대회에서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값진 동메달이었다. 무엇보다 남자농구와 남녀배구가 줄줄이 노메달 수모를 당한 가운데, 여자농구가 동메달로 한국 프로 스포츠의 체면을 세웠다.
남자농구 대표팀은 지난 3일 중국과의 8강전에서 패하며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조별리그에서 일본에 충격패를 당한 남자농구는 강행군 속 치른 8강전에서 만리장성을 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2006년 도하 대회 전까지 13회 연속, 도하 대회 후 3회 연속 메달을 목에 걸었던 남자농구는 17년 만에 노메달 수모를 재현하며 고개를 숙였다.
남녀배구도 부진 끝에 수확 없이 대회를 마쳤다. 남자배구는 지난달 22일 열린 12강 토너먼트 첫 경기에서 파키스탄에 셧아웃패를 당하며 준결승 진출에 실패, 61년 만의 노메달 수모를 겪었다. 남자배구는 1966년 방콕 대회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이래 14회 연속 아시안게임 메달을 수확했으나, 이번 항저우 대회에선 소득이 없었다.
2020 도쿄 올림픽 4강 신화를 쓴 여자배구도 17년 전 도하에서 당한 노메달 참사를 재현했다. 조별리그에서 베트남에 덜미를 잡힌 여자배구는 우여곡절 끝에 8강 라운드에 진출했으나, 4일 중국전에서 셧아웃 패를 당하며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여자배구 역시 2010년 광저우 대회 은메달, 2014년 인천 대회 금메달에 이어 3회 연속 메달 행진을 이어왔으나, 항저우에서 흐름이 끊겼다.
1974년 테헤란 아시안게임에서 여자농구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12개 대회에서 남녀농구와 남녀배구가 동반 노메달에 그친 대회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2006 도하 대회에서 위기가 있었지만, 남자배구가 금메달을 수확하면서 체면 치레를 했다.
5일 동메달 결정전에서 여자농구마저 패했다면 항저우에서 사상 첫 흑역사를 쓸 뻔했다. 하지만 여자농구가 값진 동메달을 수확하면서 노메달 수모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