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야(필리핀)를 상대로 멀티 골을 기록한 무고사. 사진=인천 유나이티드조성환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 사진=프로축구연맹 “감독 생활하면서 외국인 5명을 처음 내보내 봐요.”
조성환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이 방긋 웃었다. 외국인 선수의 효과를 톡톡히 보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서 쾌조의 출발을 끊었기 때문이다.
인천은 지난 3일 필리핀 챔피언인 카야FC 일로일로와 ACL 조별리그 G조 2차전에서 4-0으로 쾌승했다. 안방에서 치른 ACL 첫 경기에서 승전고를 울린 인천은 2연승을 거둠과 동시에 조 1위를 지키는 겹경사를 누렸다.
창단 20주년을 맞은 인천은 올해 처음으로 나선 아시아 무대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ACL을 경험한 이가 선수단 내 많지 않기에 낯설 만도 하지만, 오히려 K리그에서보다 강한 화력을 뽐내고 있다.
인천은 조별리그 1차전에서도 지난해 J리그 우승팀인 요코하마 F. 마리노스(일본)를 적지에서 4-2로 눌렀다. 처음 출전한 ACL 2경기에서 8골을 넣은 것인데, 오랜 기간 인천 축구를 지켜본 구단 관계자도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카야(필리핀)와 ACL 조별리그 2차전에 출전한 제르소(왼쪽). 사진=인천 유나이티드 불 뿜는 화력의 중심에는 외국인 선수들이 있다. 인천이 기록한 8골 중 7골을 외국인 선수가 책임졌다. 제르소(기니비사우)와 음포쿠(콩고민주공화국)가 각각 1골, 무고사(몬테네그로)가 2골, 에르난데스(브라질)가 3골을 넣었다. 나머지 1골은 요코하마 선수의 자책골이다.
올 시즌 K리그에서의 행보와는 사뭇 다르다. 인천은 K리그1 32경기에서 38골을 기록했다. 경기당 1골 남짓 넣었는데, 1부 12개 팀 중 7위다. 아시아 무대에서는 다소 낯선 ‘무차별 폭격’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인천의 공격력이 폭발할 수 있었던 것은 AFC의 외국인 쿼터 제도 덕이다. K리그는 외국인 선수 쿼터를 ‘5+1’(국적 무관 외국인 5명+AFC 가맹국 국적 선수 1명)로 제한하고, 동시 출전은 최대 4명까지 가능하다. 반면 ACL에서는 가진 자원을 제한 없이 쓸 수 있다.
카야를 상대한 인천은 AFC의 규정을 효율적으로 활용했다. 에르난데스, 무고사, 제르소를 최전방에 세우고 그 아래에 음포쿠를 배치하면서 공격력을 극대화했다. 전반에만 3골을 터뜨린 인천은 경기를 수월하게 풀어가는 동시에 리그를 대비한 로테이션도 가동하는 등 두 토끼를 잡았다.
이날 필리핀 챔피언을 상대로 2골을 넣은 무고사는 “우리는 엄청난 (외국인)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선수들을 한국 선수들이 많이 지지하며 도와주고 있다. 팬들의 응원에 힘을 얻어서 (외국인 선수 간) 시너지도 얻고 있다”며 공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