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배드민턴이 아시안게임(AG)에서 29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 안방에서 일방적인 응원을 받고 나선 중국을 꺾었다. 그야말로 드라마였다.
한국은 1일 중국 항저우 빈장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AG 배드민턴 여자 단체전 결승전에서 중국을 3-0으로 완파하며 금메달을 획득했다.
단식 주자로 1매치에 나선 ‘셔틀콕 여제’ 안세영(랭킹 1위)은 지난해까지 1승 8패로 밀리며 약했던 천위페이(랭킹 3위)를 게임 스코어 2-0(21-12, 21-13)으로 완파했다. 올 시즌 전적에서 5승 2패로 우위를 점하고 있던 안세영은 15점 고지조차 허락하지 않는 압도적인 격차를 보여줬다.
2매치에 나선 복식 이 종목 랭킹 2위 이소희-백하나 조도 1위 천칭천-자이판 조를 게임 스코어 2-0(21-18, 21-14)로 꺾었다. 랭킹 차이는 한 단계이지만, 상대는 ‘최강’으로 군림하고 있는 팀이었다. 2매치 압승은 예상 밖 결과다.
3매치에서는 여자단식 랭킹 18위 김가은까지 현재 여자단식 빅4(안세영·야마구치 아카네·천위페이·타이쯔잉)를 턱밑에서 추격 중인 5위 허빙자오를 2-0(23-21, 21-17)으로 잡았다. 듀스 접전 끝에 1게임을 따낸 뒤 기세를 이어갔다. 역대 전적에서 허빙자오에 2승 6패로 밀려 있던 김가은이 그야말로 이변을 보여줬다.
벤치의 작전도 돋보였다. 1매치에 안세영을 내세우는 건 정석이었지만, 2매치 복식 첫 번째 경기에 이소희-백하나 조를 내세운 건 다소 의외였다. 천칭전-자이판 조와 더 많이 상대했고, 가장 최근 대결(7월 31일 일본오픈 결승전)에서 승리한 경험이 있는 ‘킴콩 듀오’ 김소영-공희용 조가 나설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김학균 총감독의 선택은 이소희-백하나 조였다. 그는 지난 5월 열린 세계혼합단체 선구권대회(수디르만컵) 일본전에서도 후쿠시마 유키-히로타 사야카 조를 상대로 랭킹이 더 높았던 ‘킴콩 듀오’ 대신 이소희-백하나를 기용해 1승을 끌어낸 바 있다. 당시 김 감독은 상대와의 상성과 컨디션을 두루 고려했다. 이날도 용병술이 통했다.
한국은 2018년 열린 자카르타-팔렘방 AG에서 노메달 수모를 겪었다. 세대 교체 과도기 속에 역대 가장 처참한 성적을 남겼다. 2021년까지도 암흑기가 이어졌다. 하지만 김학균 현 총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본격적으로 세대 교체가 이뤄졌다. 안세영은 급성장했고, 복식 조 전력도 향상됐다.
한국 배드민턴이 AG 여자 단체전을 제패한 건 1994년 히로시마 대회 이후 29년 만이자 역대 두 번째다. 중국과의 단체전 승리도 히로시마 대회 준결승전 이후 처음이다. 결승전(1998 방콕·2002 부산·2014 인천 대회)에서만 3번 패하는 등 이후 5개 대회 준결승 또는 결승에서 중국에 발목 잡혔다. 적지에서 퍼펙트 한 게임도 내주지 않고 만든 승리이기에 더 값진 성과였다.
배드민턴은 2일부터 개인전에 돌입했다. 올해만 전영오픈·세계선수권 등 9개 대회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안세영이 10번째 우승을 AG에서 장식할 지 관심이 모인다. 단체전에서 파란을 보여준 김가은의 선전도 마찬가지다.
여전히 천칭전-자이판 조가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인 복식도 킴콩 조, 그리고 이소희-백하나 조가 금메달을 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