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의 야구 보급에 앞장선 이만수 전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 감독이 활짝 웃고, 눈물도 쏟았다.
라오스는 지난 27일 중국 샤오싱 야구 소프트볼 스포츠센터 제1야구장에서 열린 싱가포르와의 항저우 아시안게임(AG) 야구 예선 라운드에서 8-7로 이겼다. 전날 태국에 1-4로 패한 라오스는 1승 1패로 예선 라운드를 마감했다. 다음날(28일) 태국(2승)이 싱가포르(2패)에 17-0(7회 콜드게임)으로 이겨, 라오스는 3팀 중 2팀에 주어지는 본선행 티켓을 확보했다.
라오스는 A조에 편성돼 일본, 중국, 필리핀과 맞붙는다.
이만수 전 감독은 이번 AG 라오스 야구 대표팀의 '스태프 총괄 책임자(Head of Staff)'로 현장에서 함께 한다. 이만수 감독 SNS 캡처
이 전 감독은 SK 사령탑에서 물러난 뒤 야구 불모지인 라오스에 야구 보급에 힘써왔다. 대회 개막 전 "이번 아시안게임 첫 승리를 위해 스태프와 모든 젊은 선수들이 철저하게 준비했다. 그동안 피나는 훈련과 노력을 했다"고 전했다.
이 전 감독은 27일 싱가포르전 승리 후 "솔직히 대회 개막 전까지 태국이나 싱가포르에 이긴다는 생각을 많이 하지 못했다. 생계 문제 탓에 야구 입문한 지 5~6년 된 선수들도 있지만 1~2년밖에 되지 않은 선수들도 있다"며 "태국이나 싱가포르를 상대로 첫 승을 거둔다는 건 정말 큰 산을 올려다보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그는 SK 사령탑 시절부터 'Never ever give up(절대 포기하지 마라)'는 자세를 주문했다. 라오스 선수단에도 마찬가지였다. '너희들은 할 수 있다' '반드시 첫 승을 할 것'이라고 용기를 북돋웠다.
라오스 문화를 고려하면 선수들이 똘똥 뭉친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이 전 감독은 "오늘의 승리는 제인내 대표와 김현민 감독 그리고 이준영 감독의 헌신과 희생 덕분이다. 최고 수훈선수는 라오스 야구 국가대표 선수들이다. 수년 동안 문체부와 대한체육회 그리고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에서 적극적인 지원 덕분에 이런 놀라운 기적을 만들었다"고 감격해했다. 이만수 감독 SNS 캡처
이 전 감독은 9회 초 수비를 막고 승리가 확정되자 곧바로 그라운드로 뛰쳐나가 선수들과 함께 마운드에서 뒹굴었다. 이 전 감독은 "모든 것이 다 불가능처럼 보였던 일이 10년 만에 기적처럼 모든 꿈들이 다 이루어지는 순간"이라고 회상했다. 이어 "경기 종료 후 선수들이 헹가래를 쳐주는데 공중에 3차례 뜨면서 라오스에 들어간 뒤 보낸 10년의 시간이 순식간에 필름처럼 스쳐지나 갔다. 숱한 어려움과 힘든 일이 있었지만 견뎌냈다"며 "아무도 없는 코치실에 앉아 눈물을 한없이 흘렸다. 오늘의 승리는 그 어떤 승리보다 값진 것이다. 솔직히 88년 만에 시카고 화이트 삭스 팀이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했을 때도, 선수 시절 3관왕을 차지했을 때도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고 떠올렸다.
이 전 감독은 마지막으로 "10년 동안 묵묵하게 말없이 뒷바라지하고 헌신한 사랑하는 아내에게 오늘의 첫 승리를 바치고 싶다"며 당신의 희생과 헌신, 그리고 사랑이 없었다면 인도차이나반도에 야구 보급은 불가능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