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시즌(PS) 진출을 노리는 KIA 타이거즈가 대형 악재를 맞이했다. 간판타자 나성범(33)이 사실상 시즌아웃됐다.
KIA 구단은 20일 “나성범이 오전·오후 다른 병원에서 검진을 받은 결과 오른쪽 햄스트링이 손상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재활 치료 기간은 10주에서 최대 12주가 소요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나성범은 지난 19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홈경기에서 3번 타자·우익수로 선발 출전했다. KIA가 1-4로 지고 있던 8회 말 무사 2·3루에서 상대 투수 최동환을 상대로 2타점 적시타를 치며 KIA의 추격을 이끌었다.
이어진 상황에서 LG 투수 고우석의 폭투를 틈타 2루를 밟은 나성범은 타자 김선빈의 타구가 우익수에게 잡힌 순간 2루 리터치 뒤 3루로 쇄도했다. 그리고 벤트레그 슬라이딩을 시도해 송구보다 먼저 3루를 터치했다.
뜨겁게 달아올랐던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는 이내 조용해졌다. 나성범이 갑자기 통증을 호소한 것. 그는 팀 트레이너, 진갑용 수석코치와 잠시 얘기를 나눈 뒤 바로 대주자 이우성으로 교체됐다.
나성범은 부축을 받지 않고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당시에는 큰 부상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검진 결과 최장 12주 동안 재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태였다. 남은 정규시즌뿐 아니라 KIA가 PS에 진출해도 나성범이 복귀해 뛰는 건 어려울 전망이다.
나성범에게 2023년은 악몽이다. 그는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팀 일정을 소화하다가 왼쪽 종아리 근육 근막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병원에선 6~8주 정도면 회복할 수 있다고 했지만, 재검을 받을 때마다 근육 상태가 나아지지 않았고, 5월까지 배트도 잡지 못했다.
나성범은 NC 다이노스 소속이었던 2019시즌도 23번째 경기에서 주루 중 오른쪽 무릎 전방십자 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을 당한 바 있다. 프로야구 데뷔 뒤 가장 큰 시련이었지만, 오히려 이 시기에는 명백히 시즌아웃이 결정됐기 때문에 이내 마음을 다스린 뒤 가족과 시간을 보내며 재활 치료를 잘 소화했다고 한다. 하지만 올해 초 종아리 부상은 복귀 기약이 없어 무릎 부상을 당했을 때보다 더 막막했다고.
몸 상태를 회복한 나성범은 6월 23일 KT 위즈전에서 올 시즌 1군 첫 경기를 치렀다. 부상 후유증 없이 좋은 타격감을 보여주며 KIA 순위 경쟁에 힘을 보탰다. 8월 24일 KT전부터 6일 두산 베어스전까지 타율 0.395·4홈런·14타점을 기록하며 KAI의 9연승을 이끌었기도 했다.
나성범은 후반기 타율(0.380) 홈런(12개) 타점(44개) 모두 10개 구단 타자 중 1위였다. 후반기로 범위를 좁히면 최우수선수(MVP)급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올 시즌 58경기만 뛰고도 KIA 타선에서 가장 많은 홈런(18개)을 기록하기도 했다.
KIA는 12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부터 6연패를 당하며 리그 4위에서 6위까지 떨어져 있다. 주전 유격수 박찬호가 왼쪽 네 번째 손가락 인대 부상, 주전 포수 김태군이 왼쪽 발목 염좌로 한동안 전력에서 이탈한 탓에 공·수 경기력이 떨어졌다. 투수진도 최근 11경기에서 6점(6.80) 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흔들렸다.
박찬호와 김태군은 19일 LG전에서 교체 출장하며 선발 복귀를 예고했다. KIA도 반등 태세를 갖추는 듯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팀 타선 기둥 역할을 해줬던 나성범이 이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