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에게 바라는 점을 묻자 ‘동생’ 공희용(26)이 할 말이 많은 듯 눈을 반짝인다. ‘언니’ 김소영(31)은 취재 기자를 향해 “내가 앞에 있으면 안 될 것 같다. 따로 듣고 알려달라. 내가 (공)희용이에 대해서 모르는 게 있으면 안 된다”라며 웃어 보였다.
티격태격하다가도 애정을 드러내는 모습이 마치 친자매 같다. 한국 배드민턴 역사상 가장 친근한 별칭으로 묶인 ‘킴콩(김소영과 공희용의 성을 따서 부르는 표현)’ 듀오. 2019년 결성해 지난 4년 동안 코트 안팎에서 쌓은 특유의 끈끈한 팀워크는 이들의 가장 큰 강점이다.
김소영-공희용 조는 오는 23일 개막하는 항저우 아시안게임(AG) 배드민턴 여자복식 유력한 금메달 후보다. 2021년 열린 도쿄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합작하며 국내 스포츠팬에 존재감을 알린 두 선수는 올해도 4개 대회에서 정상에 오르며 좋은 페이스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3월엔 세계배드민턴연맹(BWF) 투어 대회에서 가장 권위 있는 전영오픈에서 금메달을 획득하기도 했다. 현재 세계 랭킹은 3위.
서비스와 네트 앞 플레이에 능한 김소영, 후위에서 강한 스매시로 상대 수비를 흔드는 공희용. 여느 복식 조가 그렇듯, 킴콩 듀오도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극대화하는 조합으로 구성됐다.
킴콩 듀오만의 특색을 묻자 김소영은 “특별한 파트너십”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희용도 흐트러진 김소영의 앞머리를 자신의 손으로 정리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김소영은 천생 언니다. 항상 공희용에게 먼저 다가선다. 김소영은 “솔직히 생각은 몰라도, 감정이나 기운은 표정만 봐도 딱 알 수 있다. 희용이가 운동할 때 집중력이 떨어진 것처럼 보이면 가급적 먼저 물어보려고 한다. 배드민턴 외에 다른 요인이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얘기를 나누며 공감하고 이해하려고 한다”라고 전했다. 공희용도 “내가 가끔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아서 언니가 답답해할 때도 있다. 그걸 이해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더 많이 얘기를 하려고 한다”라고 했다.
올해는 두 선수가 더 끈끈해졌다. 김소영의 도전을 공희용이 응원하는 과정에서 동료애가 더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여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에 도전했던 김소영은 국내 후보자 선출 평가 회의 면접까지 참가했지만, ‘골프 여제’ 박인비에게 밀리고 말았다. 김소영은 “이전부터 IOC 선수위원이 꿈이었다. BWF 투어 대회와 면접 준비가 겹치면서 물리적으로도 어려움이 많았다. 조금 예민했는데, 희용이가 정말 많이 배려해 줬다. 너무 고마웠고, 더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돌아봤다.
이제 킴콩 듀오는 항저우 AG에 집중한다. 금메달 도전에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여자복식 랭킹 1위 천칭천-자이판(중국) 조다. 킴콩 듀오는 지난 7월 23일 코리아오픈 결승전에서 이들에게 패했지만, 일주일 뒤 열린 일본오픈 결승전에선 게임 스코어 2-1로 승리하며 설욕전을 펼쳤다. 통산 전적은 킴콩 듀오가 5승 10패로 밀린다.
김소영은 “코리아오픈에선 공격도 소극적이었고, 수비도 너무 후위에 처져서 한 탓에 손도 써보지 못하고 졌다. 일본오픈에선 상대 노림수가 보이면 과감하게 전진 쇄도했고, 수비도 공격을 염두에 두고 했다. 그래서 중국 선수(천칭천-자이판)들이 당황한 것 같다"라고 돌아보며 "아마 우리에 대한 분석도 이뤄졌을 것이고, 한 번 졌기 때문에 설욕 의지도 클 것이다. 상대 홈(중국)에서 치르는 대회이기 때문에 기세에서 밀리지 않도록 더 신경 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희용도 "랠리로 끌고 가는 플레이를 자주 만들고, 이전보다 공격적으로 나서는 게 중요할 것 같다. 중국 조뿐 아니라 상대하는 모든 팀이 잘하기 때문에 매 순간 집중할 것"이라는 각오를 전했다.
두 선수는 대회 일정을 마친 뒤 현지 맛집을 찾아 식사하며 서로를 향해 "수고했다"라고 격려하는 루틴이 있다고 한다. 김소영은 "희용이가 (맛집) 검색왕"이라고 웃었다.
항저우에서도 웃으면서 회포를 풀길 바란다. 김소영과 공희용은 "스포츠팬 응원에 보답하기 위해 더 힘을 낼 것이다. 좋은 결과를 보여주겠다"라고 한목소리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