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토트넘과 셰필드 유나이티드의 경기. 손흥민이 승리의 주역 히샤를리송을 지목하며 팬들 앞에서 환호하고 있다. 사진=토트넘 SNS토트넘 주장 손흥민(왼쪽)이 16일 셰필드 유나이티드전에서 히샬리송의 극적인 동점골이 터지자 벤치에 앉아 있다 그라운드로 뛰쳐나와 기뻐하고 있다. 사진=토트넘 SNS토트넘 히샬리송이 9월 16일 셰필드 유나이티드의 홈경기에서 추가시간 막판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린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토트넘 ‘주장’ 손흥민을 향한 현지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그동안 극도의 부진에 빠졌던 공격수 히샬리송의 부활포에 누구보다 기뻐하며 응원한 덕분이다. 새 시즌 토트넘의 주장이 된 뒤 보여주고 있는 손흥민의 품격에 현지에서도 일제히 박수를 쏟아내고 있다.
상황은 이랬다. 지난 16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토트넘과 셰필드 유나이티드의 2023~24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5라운드.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손흥민은 팀이 0-1로 뒤지던 후반 35분 교체됐다. 손흥민이 빠지고 최전방에 포진한 공격수는 ‘극도의 부진’에 빠진 히샬리송이었다.
그리고 히샬리송은 이날 드라마 같은 대역전승의 주인공이 됐다. 후반 추가시간 8분 강력한 헤더로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린 데 이어, 2분 뒤엔 데얀 쿨루셉스키의 역전 결승골까지 어시스트했다. 추가시간 막판 팀의 2-1 대역전극을 이끈 1골·1도움의 맹활약. 토트넘 이적 후 극도로 부진했던 흐름 역시 단번에 털어낸 존재감이었다.
이 과정에서 주장 손흥민의 행동들도 히샬리송의 활약만큼이나 더 주목을 받았다. 벤치에 있던 손흥민은 히샬리송의 골이 터지자 그라운드까지 나와 골을 축하해 줬다. 2-1 역전승으로 끝난 뒤엔 히샬리송을 등을 밀며 직접 토트넘 서포터스석으로 향하게 했다. 떠밀린 히샬리송은 아직은 어색한 듯 마지못해 팬들 앞으로 다가서면서도 두 팔을 휘저으며 세리머니를 잊지 않았다. 주장으로서 그동안 팬들의 많은 비판으로 힘들어했을 히샬리송을 진정한 주인공으로 만들어준 것이다.
이에 그치지 않았다. 손흥민은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히샬리송이 골을 넣은 건 내가 골을 넣은 것보다 더 기분이 좋다”며 웃어 보였다. 그는 “사실 지난주부터 히샬리송이 힘들어했다. 주장으로서 내가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지 고민해 왔다. 히샬리송이 불운과 여러 이유로 자책하는 게 보기에 안타까웠다”고 했다. 손흥민의 행동만큼이나 이 인터뷰 역시 현지에서 큰 화제가 됐음은 물론이다.
토트넘 주장 손흥민이 16일 셰필드 유나이티드전에서 교체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10일 볼리비아전에서 교체돼 벤치에 앉은 히샬리송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스퍼스익스프레스 실제 히샬리송은 지난 시즌 5800만 유로(약 822억원)의 이적료를 통해 토트넘으로 이적하고도 EPL에서 단 1골에 그치며 이른바 ‘먹튀’ 오명까지 썼다. 해리 케인(바이에른 뮌헨)의 이적 후 주전 공격수로 올라섰지만, 부진이 이어지면서 최근 결국 손흥민에게 원톱 자리까지 빼앗겼다. 극도의 부진은 최근 브라질 대표팀에서도 이어졌는데, 문전에서 결정적인 기회를 골로 연결시키지 못한 뒤 벤치에 앉아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이 현지 화면에 고스란히 포착됐다. 손흥민이 히샬리송에 대해 안타까워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들이었다.
그랬던 히샬리송이 마침내 마수걸이 골을 터뜨린 데다, 그 활약이 팀의 대역전승으로 이어졌으니 손흥민 역시 그 누구보다 기뻐할 수밖에 없었다. 그저 팀 동료의 득점과 팀 승리 정도로 끝낼 수도 있었던 상황. 그간 히샬리송을 진심으로 걱정한 데다, 경기가 끝난 뒤 경기의 주인공으로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한 캡틴의 모습은 현지에서도 박수가 쏟아질 수밖에 없었다. 이른바 ‘주장의 품격’이었다.
이미 토트넘의 새 주장으로 선임된 뒤 팬들의 호평을 받았던 손흥민은 이번에도 팬심부터 홀렸다. 토트넘 팬사이트 스퍼스웹은 “히샬리송은 지난주 브라질 대표팀 벤치에서 눈물을 흘리는 사진까지 찍히는 등 토트넘과 대표팀 모두에서 힘든 시즌을 시작했다. 그는 심리적인 도움까지 받을 계획이었는데, 셰필드전에서 영웅적인 활약을 펼치면서 비로소 미소를 짓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주장 손흥민은 승리가 확정되자 히샬리송을 뒤에서 밀며 토트넘 서포터스가 모인 남쪽 스탠드로 유도했다. 히샬리송이 팬들의 찬사를 받을 수 있도록 그가 도운 것”이라며 “손흥민은 히샬리송의 활약에 ‘내 득점보다 더 기분이 좋다’는 말까지 더했다. 손흥민이 토트넘의 환상적인 주장인 이유다. 모범을 보일뿐만 아니라 이타적이고, 다른 사람들에 대한 공감 능력도 뛰어나다. 어쩌면 선발 베스트11 경쟁 선수가 될 수도 있는 선수에게 이런 말과 이런 행동을 보여주는 선수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극찬했다.
히샬리송(왼쪽 세 번째) 등 토트넘 선수들이 16일 셰필드 유나이티드전에서 후반 추가시간 극적인 골이 터지자 기뻐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16일 셰필드 유나이티드전에 출전한 토트넘 주장 손흥민. 사진=게티이미지 영국 더부트룸도 “손흥민과 히샬리송이 보여준 모습은 멋진 순간이었다. 히샬리송은 후반 추가시간 8분 헤더로 동점골을 넣는 등 활약을 보여줬다. 그리고 주장 손흥민은 히샬리송이 팬들의 찬사를 받기를 원했다”며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주장 역할을 훌륭하게 해내고 있다”고 조명했다.
경기 해설자 롭 댈리 역시 스퍼스플레이어와 인터뷰를 통해 “히샬리송은 골을 넣고 어시스트까지 했다. 그리고 주장 손흥민은 그런 히샬리송을 남쪽 스탠드로 밀어주려고 했다. 경기 종료 후 히샬리송이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한 멋진 움직임이었다”고 소개했다.
손흥민의 행동 덕분에 거듭 주목을 받고 있는 히샬리송은 최근 영국 공영방송 BBC가 선정한 EPL 이주의 팀까지 선정되면서 겹경사까지 누렸다. 3-4-3 전형을 바탕으로 한 이주의 팀에서 토트넘 선수는 히샬리송이 유일했다. EPL 5라운드를 빛낸 최고의 원톱 공격수는 히샬리송이었다. 그런 히샬리송을 바라보며 누구보다 기뻐할 선수 역시 단연 '캡틴' 손흥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