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카디프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웨일스의 친선경기. 김민재가 패스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아시아 수비수 최초로 발랑도르 후보에 오른 김민재. 사진=프랑스풋볼 김민재가 약 6개월 만에 A매치 복귀전을 치렀다. 자신의 50번째 A매치서 풀타임 소화하며 ‘발롱도르 후보’ 다운 활약을 뽐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8일 오전 3시 45분(한국시간) 영국 카디프의 카디프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웨일스와의 친선경기에서 0-0으로 비겼다.
이날 경기의 관전 요소는 클린스만호의 첫 승리 여부였다. 지난 2월 출범한 클린스만호는 A매치 첫 4경기서 2무 2패에 그쳤다. 특히 명확하지 않은 전술 컨셉, 재택근무 논란 등으로 사령탑에 대한 축구 팬들의 여론은 이미 싸늘한 시점이었다. 하지만 이날도 결국 승리를 가져가지 못했다.
유일한 위안거리는 ‘발롱도르 후보’ 김민재의 활약이었다. 이날 정승현과 함께 중앙 수비수 듀오를 이룬 그는 소속팀 바이에른 뮌헨에서와 같이 왼쪽에 배치됐다. 뛰어난 대인 수비와 패스 능력은 여전히 팬들이 봐온 모습 그대로였다.
축구 통계 매체 폿몹에 따르면 김민재는 이날 100개의 패스 중 96개를 성공했다. 이날 클린스만호가 유독 패스 미스로 어려움울 겪은 것을 감안한다면 김민재의 활약은 더욱 돋보인다.
특유의 롱 패스도 여러 차례 나왔다. 클린스만호가 공격에 어려움을 겪자, 전방으로 향해 롱 패스를 시도하며 분위기 반전을 노렸다. 전반전엔 조규성, 후반전에는 손흥민이 기회를 잡았으나 골로 마무리되진 못했다. 손흥민은 위협적인 패스를 보낸 김민재를 향해 엄지를 치켜세우기도 했다.
8일 카디프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웨일스의 친선경기. 공격을 시도하는 손흥민의 모습. 사진=대한축구협회 수비에서도 빛났다. 이날 웨일스 공격을 주도한 건 브레넌 존슨과 해리 윌슨이었는데, 모두 김민재 앞에서 고전했다. 존슨의 스피드를 어려움 없이 막아냈다. 윌슨의 개인 능력도 김민재 앞에선 무용지물이었다. 다만 후반전 웨일스의 크로스 상황에서 몇 차례 경합에 실패한 것이 유일한 옥에 티였다. 후반전엔 착지 과정 중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는데, 다행히 풀타임 소화하며 팀의 무실점에 기여했다.
이날 경기 활약이 반가운 이유는 김민재가 다시 A매치를 소화했다는 점이다. 6개월 전 그는 A매치 2연전을 마친 뒤 ‘소속팀에 집중하겠다’는 발언으로 대표팀 은퇴 이슈로 이름을 올렸다. 다만 해프닝으로 끝났고, 사령탑인 클린스만 감독과도 면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지난 6월에는 기초군사훈련으로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문제 없이 팀에 합류해 자신의 존재감을 뽐냈다. 이번 경기는 김민재의 개인 통산 50번째 A매치였다. 만 26세 김민재가 일찌감치 많은 경험을 쌓으며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로 자리 잡고 있다.
한편 김민재는 지난 7일 프랑스풋볼이 공개한 2023 발롱도르 후보 30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발롱도르는 한 해 동안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30인 명단 중 수비수는 단 3명인데, 당당히 자신의 활약상을 인정받았다.
수상이 유리한 공격수가 아닌, 수비수 김민재가 발롱도르 후보에 포함된 것이 더욱 뜻깊다. 김민재는 지난 2022~23시즌 세리에 A 나폴리 소속으로 리그 우승을 함께했다. 세리에 A 최우수 수비수 상도 그의 몫이었다. 구단은 33년 만에 스쿠데토(세리에 A 우승 트로피)를 품었고, 최초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8강에 오르기도 했다. UEFA는 2022~23시즌 중 김민재를 ‘유럽 최고 중앙 수비수 중 한 명’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칸나바로가 김민재를 향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진=IS포토 지난 2006년 수비수로 발롱도르를 수상한 나폴리 출신 수비수 파비오 칸나바로는 지난달 김민재에 대해 “중국에서 지휘했을 때부터 그를 알고 있었다. 그때도 훌륭한 선수였다”고 돌아보며 “당시에는 실수가 종종 있었다. 하지만 지난 2년간 유럽에서 뛰며 큰 성장을 이뤘다. 지난 시즌 나폴리 우승의 키 플레이어였다”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국가대표에서도 그의 활약은 여전했다. 클린스만호는 오는 13일 영국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열리는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친선경기에서 다시 한번 출범 후 첫 승리에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