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염정아는 요즘 바쁘다. 지난해 영화 ‘외계+인’으로 액션 연기를 보여주고, ‘인생은 아름다워’로 뮤지컬 영화에 도전했던 그는 이번 여름 대작인 ‘밀수’에선 수중 촬영을 위해 수영을 배웠다.
염정아는 최근 ‘밀수’ 개봉을 기념해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 나이에 수영도 배우고 와이어도 탄다. ‘이 정도는 할 수 있다’는 욕심이 생기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밀수’는 바다에 던져진 생필품을 건지며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 앞에 일생일대의 큰 판이 벌어지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베테랑’의 류승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염정아 외에 김혜수, 조인성 등 충무로 톱스타들이 총출동했다. 그야말로 영화꾼들이 작정하고 만든 블록버스터 영화인 셈.
바다를 배경으로 한 해양 범죄 작품인 만큼 ‘밀수’에는 수중 장면이 나온다. ‘밀수’에서 염정아가 맡은 인물은 해녀들의 리더격인 엄진숙. 염정아에겐 수중 촬영이 필수였다.
한 가지 문제는 염정아가 수영을 못한다는 것. 물에 대한 공포가 있는 염정아는 수영을 할 생각조차 하지 못 하고 여태 살았다. 염정아는 “사실 처음엔 감독님이 ‘직접은 많이 안 해도 된다’고 했다. 그런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내가 거의 다 해야 되더라”며 웃었다.
“처음에는 ‘어떻게든 하면 되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막상 훈련을 하다 보니까 조금씩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3개월 정도 연습을 했고, 촬영 전에 리허설도 철저하게 했어요. 그러니까 감독님이 뭐라고 안 할 정도는 됐던 것 같아요.”
가장 힘들었던 건 숨 참기였다. 해녀라는 직업 특성상 물속에 있는 시간이 길어야 했는데, 실제 해녀가 아닌 배우가 그 정도의 호흡을 단기간 연습으로 가져가는 건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촬영 때는 호흡기를 물고 있다가 촬영에 돌입하면 잠깐 빼는 방식을 사용했다. 그런데 그마저도 어려웠다는 게 염정아의 설명이다.
“사실 처음에는 숨을 30초도 못 참았거든요. 그래도 하니까 늘어나긴 하더라고요. 다만 그 정도도 연기를 할 때는 충분하지 않으니까 호흡기를 물고 있다가 슛 들어가면 옆에서 선생님이 빼주셨어요. 호흡기를 물었다 뺐다 하는 것도 쉽지 않았던 기억이 나요.”
함께한 배우들과 호흡은 더할 나위가 없었다. 연기 인생 처음으로 만난 김혜수는 물론 조인성, 박정민, 고민시 등 후배 배우들까지 모두가 좋은 현장 분위기를 만들었다. 영화 속 캐릭터들처럼 실제 배우들도 각자의 매력으로 서로를 사로잡았다.
특히 현장을 좋은 분위기로 만든 데는 맏언니 김혜수의 힘이 컸다. 함께 일한 모든 사람들이 입을 모아 칭찬하는 게 바로 김혜수의 인품. 염정아는 “김혜수 언니는 다른 사람들을 늘 격려해준다”며 “언니의 사랑을 받으면서 함께 밥도 먹고 연기도 했다”고 이야기했다.
박정민하고는 이미 영화 ‘시동’에서 한 번 만났던 사이다. 염정아는 “내가 좋아하고 예뻐한다는 표현을 아끼지 않는 후배”라며 “볼 때마다 너무 예쁘다. 유머 감각이 있지만 나서지는 않는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또 배우들 가운데 막내였던 고민시에 대해선 “어린 친구가 연기도 잘하고 현장에서도 사랑스럽더라. 배우가 연기 잘하고 착하고 예쁘면 된 거 아니냐”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영화에선 한 장면 밖에 같이 찍지 않았지만 조인성에게서 어른스러운 매력을 발견했다면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인간적인 사람이었다. ‘저렇게 잘생겼는데 저렇게 인간적이라니’ 싶어 놀랐다”고 밝혔다.
“‘밀수’는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잘 어우러진 작품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제가 참여한 수중 액션도 멋지지만 지상에서 남자 배우들이 펼친 액션도 정말 멋지거든요. 류승완 감독님의 탁월한 액션 연출 실력까지 극장에 와서 보시길 추천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