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플랫폼 '11번가'가 이례적으로 월간 실적을 공개해 주목받고 있다. 올해 기업공개(IPO)가 예정돼 있고, 매각설 또한 끊이지 않자 11번가의 저력과 청사진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투자 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11번가 성공적인 제2·3의 길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1일 11번가에 따르면 지난 6월 월간 영업실적 마감 결과, 오픈마켓 사업이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6월 기준 전년 대비 70억원 이상 영업실적이 개선돼 흑자전환됐다. 오픈마켓 사업은 올 상반기 전년 동기 대비 290억원 이상 영업손익이 개선됐다.
11번가는 이번 6월 오픈마켓 사업의 흑자를 발판으로 직매입 사업도 '건강한 성장'을 이뤄내 2025년 11번가 전체 사업의 흑자전환을 이룬다는 계획이다.
고객이 늘어난 점도 긍정적이다. 닐슨코리안클릭에 따르면 6월 모바일 앱 방문자 수(MAU)는 지난 1월 대비 약 101만명 증가한 1397만명이다.
안정은 11번가 사장은 "지난 1년간 11번가 2.0 전환을 위해 노력한 결과 오픈마켓 사업의 펀더멘털을 강화할 수 있었다"며 "이를 통해 상반기 마지막 달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는 실적으로 나타났다"고 자평했다. 안 사장은 이어 "앞으로 수익성에 기반한 경쟁력 강화에 집중해 오는 2025년 흑자 회사로 턴어라운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11번가가 그동안 월간 실적을 공개하거나 오픈마켓 부문 실적만 따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가 11번가의 월간 흑자 발표에 주목하는 배경이다.
11번가는 서둘러 월간 실적까지 내보여야 할 정도로 격랑 속에 있다.
당초 11번가는 연내 상장을 목표로 삼고 있었다. 2018년 국민연금·새마을금고와 사모펀드(PEF) 운용사 H&Q코리아로 구성된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으로부터 5000억원을 투자받으면서 올 9월말까지 상장을 완료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투자 시장이 침체하면서 제대로 된 기업가치를 인정받지 못하자, 예비심사청구도 못하는 상황이다.
이커머스 안팎에서는 11번가의 모기업인 SK스퀘어의 자회사 SK쉴더스 사례가 언급되고 있다. SK쉴더스는 지난해 5월 상장을 시도했다가 여의치 않자, 몸값을 키워 매각하는 방향으로 틀었다. SK쉴더스는 스웨덴 최대 기업집단인 발렌베리그룹 산하 PEF인 EQT인프라스트럭처에 2조원에 매각됐다. 11번가의 매각설에 무게가 실리는 배경이다.
최근 큐텐의 11번가 인수설도 돌고 있다. 큐텐은 '티메파크(티몬·위메프·인터파크)'를 품에 안고 점유율 4.6%로 뛰어 올랐다. 진위를 떠나 점유율 7%인 11번가 구성원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소문일 수도 있다. 11번가가 월간 실적을 공개하고, 연간 흑자 기대감을 끌어올리는 배경에도 이런 복잡한 배경이 담겨있다는 분석이다.
11번가 관계자는 "큐텐 등 다양한 매각설이 있으나 내부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11번가는 2025년 흑자 회사를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