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과 서울의 경기. 서울 윌리안이 후반 결승 골을 터뜨린 뒤 환호하고 있다. 사진=프로축구연맹
주말 화창한 날씨에 열린 슈퍼매치, 마지막까지 결과를 예측할 수 없던 경기는 FC서울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서울은 24일 오후 4시 30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의 하나원큐 K리그1 2023 19라운드 맞대결에서 1-0으로 이겼다.
서울이 주도하고 수원이 반격에 나선 경기, 두 팀 모두 마무리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전반전 10개의 슈팅을 주고받았는데, 유효슈팅이 0개였다. 후반전엔 수원의 기세가 더욱 거세져, 승부가 더욱 미궁 속으로 빠졌다.
하지만 균형을 깬 건 교체 투입된 윌리안이었다. 그는 후반 41분 멋진 트래핑과 슈팅 페인트로 수비수 두 명을 속이고 멋진 골을 터뜨렸다. 윌리안의 시즌 4호 골.
수원은 추가시간 막판 뮬리치가 극적인 골 기회를 잡았으나 백종범의 선방에 의해 무산돼 고개를 숙였다.
서울은 이날 승리로 리그 9승(5무 5패)째를 기록, 승점 32점 고지를 밟았다. 반면 수원은 휴식기 전부터 이어진 무승 행진을 6경기(1무 5패)로 늘렸다.
2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과 서울의 경기. 경기 전 주장 이기제와 오스마르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프로축구연맹 홈팀 수원은 이날 3-4-3 전형으로 시작했다. 아코스티·안병준·김보경이 최전방에 배치됐다. 고승범·유제호가 중원을 맡고, 이기제·손호준이 좌·우측에 배치됐다. 수비진은 박대원·김주원·고명석이 나섰다. 골키퍼 장갑은 양형모가 꼈다. 눈길을 끈 점은 전날 합류한 수비수 김주원이 곧바로 선발에 나선 것. 김병수 감독은 이에 대해 “한호강이 부상이다. 김주원은 부담감이 크겠지만, 믿고 기용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원정팀 서울은 4-1-4-1 전형으로 맞섰다. ‘라스트 댄스’ 황의조가 최전방을 맡았다. 이어 임상협·나상호가 좌·우 측면에 배치됐다. 중원은 기성용·오스마르·팔로세비치로 구성됐다. 수비진은 이태석·김주성·이한범·박수일이 나섰다. 골문은 백종범이 책임졌다. 최근 트레이드로 합류한 이승모는 벤치에서 출격을 대기했다. 윌리안·박동진 김신진·일류첸코 등도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2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과 서울의 슈퍼매치. 이날 선발 출전한 김주원이 패스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프로축구연맹 이날 빅버드(수원월드컵경기장의 애칭) 골대 뒤 편에 양 팀 서포터들이 가득 자리를 메웠다. 시작부터 열띤 응원전이 시작돼 경기 분위기를 한층 끌어 올렸다.
그런데 30초 만에 홈팀 팬들의 가슴을 철렁이는 장면이 나왔다. 선수 등록 하루 만에 선발로 나선 김주원의 첫 터치는 수원 골문으로 향했다. 김주원이 백 패스를 했는데, 양형모와 호흡이 맞지 않아 일찌감치 코너킥을 허용했다. 실점으로 이어지진 않았는데, 이후 서울도 패스 미스를 범하며 한 차례씩 실수를 주고받는 장면이 나왔다.
초반 기회는 양 팀의 주포 안병준과 황의조가 한 차례씩 빛났다. 먼저 안병준이 8분 단독 돌파 후 왼발 슈팅, 3분 뒤 뒷공간을 허문 뒤 박스 안 슈팅까지 이어갔다. 이에 황의조도 상대 김주원의 실수를 놓치지 않고 박스 안에서 슈팅을 이어가며 응수했다.
2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과 서울의 슈퍼매치. 전반전 안병준이 단독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프로축구연맹 이후에는 수원을 무너뜨리려는 서울의 공세가 이어졌다. 특히 서울은 연이은 측면 공격으로 수원을 공략했다. 코너킥까지 포함해 양쪽 측면에서 여러 차례 크로스가 수원의 박스 안으로 향했다.
수원은 아코스티를 앞세워 반격에 나섰지만, 마무리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이날 경기의 하이라이트는 32분 나올 뻔했다. 김보경과 손호준이 2대1 패스를 주고받으며 오른쪽 측면을 허물었다. 김보경이 박스 안에서 바이시클킥을 시도했으나, 아쉽게 공은 발에 맞지 않았다.
주도권은 서울이 잡고, 수원이 간간이 역습에 나서는 양상이 반복됐다. 하지만 서울의 패스는 길었고, 수원의 역습은 깔끔하지 못했다. 전반 추가시간 종료 직전 정승원이 뒷공간을 허물며 박스 안 오른쪽에서 찬스를 잡았으나, 수비에 막히며 고개를 숙였다. 전반전은 두 팀의 유효슈팅은 ‘0개’였다.
2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과 서울의 슈퍼매치. 기성용과 고명석이 볼 경합을 펼치고 있다. 사진=프로축구연맹
후반전 먼저 승부수를 띄운 건 안익수 감독이었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이한범·나상호를 빼고 김신진과 윌리안을 투입했다.
하지만 분위기를 잡은 건 수원이었다. 먼저 후반 8분에는 고승범이 빛났다. 압박에 성공한 뒤 왼쪽 측면 돌파를 시도하기도 했다. 이어 10분 압박에 성공한 수원이 아코스티를 앞세워 반격에 나섰다. 아코스티와 이기제는 2대1 패스를 주고받았다. 아코스티의 슈팅은 백종범이 감각적인 선방으로 막아냈다. 김병수 수원 감독은 무릎을 꿇으면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좀처럼 공격에 어려움을 겪은 서울은 후반 20분 경 기성용·임상협을 빼고 이승모와 박동진을 투입하며 에너지 레벨을 끌어 올리려 했다. 이승모는 트레이드로 서울 합류 후 첫 경기에 나섰다. 황의조와 박동진이 투 톱을, 윌리안과 김신진이 좌·우에 배치된 전형으로 골을 노렸다.
한동안 소강 상태가 이어지던 경기는 후반 41분에 균형이 무너졌다. 후방에서 길게 넘어온 공을 윌리안이 왼쪽 측면에서 잡았다. 그는 멋진 슈팅 페인트로 2명을 제친 뒤 반대편 골망을 갈랐다. 윌리안은 유니폼을 집어 던지며 팬들과 크게 기뻐했다. 윌리안의 리그 4호 골.
곧바로 수원도 득점 기회를 잡는 듯했다. 수원의 크로스 공격 상황에서 김태환이 밀려 넘어졌다. 하지만 비디오 판독(VAR)에도 페널티킥은 선언되지 않았다.
오히려 후반 막판 강하게 항의한 김주원은 다이렉트 퇴장을 당했다. 수비 상황에서 왼팔을 뻗어 박동진과 충돌했다. VAR 끝에 퇴장 판정은 번복됐다.
추격하기 바쁜 수원 입장에선 연이어 흐름이 끊기며 아쉬움을 남겼다. 홈팀 관중석은 심판을 향해 강하게 불만을 드러냈다.
추가시간은 7분, 뮬리치가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으나 백종범의 슈퍼세이브가 또 다시 서울을 구원했다. 1만 9513명의 관중 앞에서 웃은 건 원정 팀 서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