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준호는 지난 19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전 소속 20세 이하(U-20) 대표팀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유럽 진출이 목표다. 높은 무대에서 뛰고 싶다. 좋은 기회가 온다면 어릴 때 나가서 많은 경험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고교 시절부터 ‘랭킹 1위’로 주목을 받았던 배준호는 프로 데뷔 후 재능을 마음껏 펼치고 있다. 2003년생인데도 이미 대전의 핵심 자원으로 자리 잡았다. 중앙이나 측면 등 2선과 중원에 포진해 공격에 힘을 보태고 있다.
특히 지난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다른 팬들에게도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백미는 1골 1도움의 맹활약을 펼친 에콰도르와의 16강전이었다. 특히 절묘한 볼 트래핑과 페인팅 등을 활용한 득점은 특별한 재능과 센스를 단적으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그의 재능에 비단 국내 팬들만 박수를 보내는 건 아니다. 앞서 FIFA는 이탈리아와의 4강전을 앞두고 배준호에 대해 “창의적이고 상대가 예측하기 어려운 플레이를 선보이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카르미네 눈치아타 이탈리아 대표팀 감독도 한국을 꺾은 뒤 “10번 선수(배준호)가 특히 훌륭했다. 뛰어난 선수였다”고 콕 집어 칭찬할 정도였다.
‘유럽 진출설’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미 고교 시절부터 그는 독일·프랑스 등 유럽 클럽의 관심을 받았는데, 프로와 U-20 월드컵 등을 거치면서 재능을 제대로 보여준 만큼 이적설이 더 뜨거워졌다. 배준호는 “지금은 확정된 게 없다”고 말을 아끼면서도 기회만 오면 최대한 빨리 도전하고 싶다는 포부를 분명하게 내비쳤다.
유럽을 향한 배준호의 의지에 시선은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국가대표팀 감독에게 쏠린다. 공교롭게도 배준호에 앞서 클린스만 감독도 같은 장소에서 엘살바도르전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한국 축구의 미래들을 돕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클린스만 감독은 “유럽에서 많은 지도자들의 연락을 받고 있다. K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나 U-20 월드컵에 출전했던 선수들에 대한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 U-20 월드컵에 뛰었던 선수 3~4명은 유럽에 진출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한국 축구의 미래가 밝은 만큼, 나도 돕고 싶다. 이들의 성장을 돕는 게 내 역할”이라고 말했다.
세계적인 공격수 출신 클린스만 감독은 유럽축구연맹(UEFA)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의 네트워크는 U-20 멤버 등 선수들에 대한 직접적인 전화 문의로 이어지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이 한국 축구의 미래를 돕겠다는 뜻을 밝힌 건 그래서 더 반갑다. 배준호를 필두로 유망주들의 유럽 진출 도전에 든든한 지원군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