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류중일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감독이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야구회관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을 경청하고 있다.
선배들의 부진과 과오를 후배들이 짊어지고 나선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9일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AG) 대표팀 명단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는 류중일 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과 조계현 전력강화위원장이 참석, 최종 엔트리 선발 배경에 관해 밝혔다.
이번에 선발된 24명과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무거운 마음을 안고 출격한다. 아시안게임은 금메달 획득 시 병역 혜택이 걸려 있어 선수들에게 큰 동기부여로 작용한다. 그러나 최근 대표팀을 둘러싼 상황은 녹록치 않다.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기간에 음주해 논란을 빚은 프로야구 선수들이 7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열린 상벌위원회에 출석하기 전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철원(두산 베어스), 김광현(SSG 랜더스), 이용찬(NC 다이노스).
공교롭게도 AG 엔트리 발표는 최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 기간 음주 논란이 불거진 직후 이뤄진다. 김광현(SSG 랜더스) 이용찬(NC 다이노스) 정철원(두산 베어스)은 대회 기간 1~2회 유흥주점을 출입했다고 시인했다. KBO에 따르면 처음 논란이 제기된 것과 달리 이들이 밤새 술을 마셨거나, 여종업원이 동석한 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대회 기간 외부에서 음주를 한 것만으로도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세 선수는 모두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상태로 지난 7일 KBO 상벌위원회로부터 사회 봉사 40~80시간 제재금 300~500만원 징계를 받았다.
더군다나 한국 야구는 최근 국제대회에서 부진했다. 2020 도쿄 올림픽 4위에 머물렀고, 이번 WBC에선 호주와 일본에 져 1라운드 탈락했다. 특히 '야구 월드컵'으로 통하는 WBC에선 2013년부터 3개 대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의 치욕을 맛봤다.
한국 선수들이 10일 일본전 패배 후 고개를 떨군 채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시안게임은 잘해도 본전, 못해도 문제였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후엔 선수 선발 논란으로 선동열 전 대표팀 감독이 국정감사장에 불려가는 촌극이 빚어졌다. 한국을 제외하고 모든 참가국이 아마추어 위주로 팀을 꾸리기에 금메달 획득을 당연시하는 분위기다.
이에 이번 AG 대표팀은 25세 이하 또는 프로 입단 4년 차 이하 선수로 구성한다. 총 24명 중 프로 연차와 상관없이 최대 3명(박세웅, 구창모, 최원준)까지 와일드카드를 선발할 수 있다.
종전에는 아시안게임 기간 KBO리그를 일시 중단했다. 정예 선수로 팀을 꾸려 금메달을 따면 주축 선수들이 병역 고민을 해결하고 소속 팀에 남아 활약했다. 그로 인해 리그의 인기를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 기간에는 휴식기가 없다. KBO와 10개 구단은 앞서 발표한 '국가대표팀 중장기 운영 개선안'에서 아마추어 주관 국제 대회에 대회별 맞춤형 선수를 파견하고 정규시즌을 정상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국제대회 부진에 따른 조치였다. 도쿄 올림픽 노메달 직후 '우물 안 개구리' 이야기가 나오자, 국가대표팀 경쟁력 강화 방안 차원에서 마련했다. 각종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팀 별 최대 선발 인원도 3명으로 제한했다. 도덕성과 성적 등 선수 선발 과정을 바라보는 팬들의 눈높이도 반영해야 한다.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류중일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감독이 9일 오후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명단 발표를 위해 서울 강남구 야구회관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 모든 게 최근 국제대회에 부진과 잇따르는 논란 탓이다.
'류중일호'는 본격적인 출발 전부터 각종 부담을 크게 안게 됐다. 성공적인 세대교체와 납득할 만한 성적을 거두는 동시에 경기 외적으로 각종 논란에서 벗어냐야 한다. 형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책임감'과 '의무감'을 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