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극심한 타격 슬럼프에 빠진 김현수. 염경엽 감독은 김현수에게 몇 경기 휴식을 줄 계획이다. IS 포토
"당분간 휴식을 주겠다."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이 간판타자 김현수(33)를 두고 한 말이다.
김현수가 급격하게 무너지고 있다. 김현수는 지난 4월 월간 타율 4할(80타수 32안타)을 기록, KBO리그 전체 타격 1위에 올랐다. 누구보다 산뜻하게 시즌 출발을 알렸지만 이후 행보는 추락의 연속이다. 5월 34타석 무안타 포함 월간 타율이 0.148(81타수 12안타)까지 곤두박질쳤다. 6월에 치른 첫 4경기 타율도 0.063(16타수 1안타)에 불과하다. 지난 4일 염경엽 LG 감독은 김현수를 두고 "답은 알고 있으니까, 시간이 좀 필요하다"며 "팀도 마찬가지고, 조금 다운 모드일 때 좋은 팀을 만나면 고전할 수 있는 게 야구"라며 선수를 옹호했다.
하지만 이날 김현수는 잠실 NC 다이노스전에서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특히 1-3으로 뒤진 9회 말 1사 1·2루에선 헛스윙 삼진으로 고개를 숙였다. 볼카운트 2볼-2스트라이크에서 NC 불펜 김시훈이 던진 포크볼에 타격 자세가 완전히 무너진 게 인상적이었다.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염 감독은 "김현수에게 3~4경기 휴식을 줄 생각"이라고 밝혔다. 1군 엔트리에서 빼는 건 아니지만 당분간 선발 출전을 조절하겠다는 의미. 그를 대신해 신인 포수 김범석이 지명타자로 출전 기회를 잡을 전망이다. 팀 성적이 부침을 보이면서 김현수의 부진이 더욱 도드라지는 것도 고려했다.
2023 KBO리그 kt 위즈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18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LG 김현수가 5회 말 1타점 적시타를 날리고 있다. 잠실=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2023.05.18.
김현수를 선발 라인업에서 빼는 건 '결단'에 가깝다. 2006년 데뷔한 김현수는 자타공인 '타격 기술자' 중 하나다. 통산 타율이 0.314로 최소 3000타석 소화 기준 역대 타격 8위. 현역 선수 중에선 이정후(키움 히어로즈·0.338) 박건우(0.325) 손아섭(0.320) 박민우(이상 NC 다이노스·0.319)에 이은 5위이다. 지난해에는 역대 9번째 13년 연속 세 자릿수 안타를 때려낼 정도로 꾸준하다. 팀 안팎의 신망도 두터운 편이다. 하지만 거듭된 부진 탓에 그의 반등을 기다리던 감독도 결국 "휴식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4월에 보여줬던 뜨거운 타격감을 고려하면 5월과 6월의 부진이 더 심각하다.
결국 허리 상태가 관건이다. 김현수는 지난달 17일 불명예스러운 34타석 무안타에서 탈출했다. 그는 "평소랑 똑같이 했다. 그동안 허릿심이 안 받쳐줘서 안 좋았는데 코스가 좋았던 거 같다"며 "연습을 많이 해야 하는데 허리가 좋지 못해서 연습을 못한 게 타격에서 길게 이어진 거 같다. 통증을 참아내고 연습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더 열심히 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고질적으로 좋지 않은 허리 상태가 타격 밸런스에 꾸준히 영향을 끼친다. 선발 라인업에서 몇 경기 빠진 뒤 반등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염경엽 감독은 "최대한 선수들이 분위기 처지지 않게 잘 만들어가는 게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