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중호가 대한민국 축구 역사를 새로 썼다. 에콰도르를 완파하고 지난 2019년 정정용호에 이어 20세 이하(U-20) 월드컵 2회 연속 8강에 진출했다. 한국 축구의 미래들이 U-20 월드컵 2회 연속 8강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준결승 진출을 놓고 다툴 상대는 나이지리아다.
김은중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U-20 대표팀은 2일 오전 6시(한국시간) 아르헨티나 산티아고 델 에스테로 스타디움에서 열린 에콰도르와의 2023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16강전에서 이영준(김천 상무)과 배준호(대전하나시티즌) 최석현(단국대)의 연속골을 앞세워 3-2로 승리했다.
앞서 U-20 월드컵 조별리그를 사상 처음 무패(1승 2무)로 통과하며 새 역사를 썼던 김은중호는 그 기세를 토너먼트까지 이어가며 2019년 준우승 신화 재현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준결승 진출을 놓고 다툴 상대는 개최국 아르헨티나를 2-0으로 완파한 나이지리아다. 오는 5일 오전 2시 30분 에콰도르전과 같은 경기장에서 열린다. 4강에 진출하면 콜롬비아-이탈리아 승리팀과 격돌한다.
김은중 감독은 이영준을 최전방 공격수로 두고 배준호와 이승원(강원FC) 김용학(포르티모넨스)을 2선에 두는 4-2-3-1 전형을 가동했다. 강상윤(전북 현대)이 중원에 포진해 박현빈(인천 유나이티드)과 호흡을 맞췄고, 최예훈(부산 아이파크)과 김지수(성남FC) 최석현, 박창우(전북)가 수비라인을 지켰다. 골문은 김준홍(김천)이 지켰다.
출발부터 좋았다. 전반 11분 만에 기선을 제압했다. 왼쪽 측면을 파고들던 배준호가 페널티 박스 왼쪽에서 오른발로 크로스를 올렸다. 이영준이 수비 뒷공간을 절묘하게 파고든 뒤 가슴 트래핑 이후 오른발 슈팅으로 상대 골망을 흔들었다. 김은중호 최전방 공격수 자원인 이영준은 지난 프랑스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 이어 대회 2번째 골을 신고했다.
이영준의 골을 도왔던 배준호가 전반 19분 이번엔 직접 해결사로 나섰다. 스로인 이후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온 박창우의 직선 크로스를 아크 정면에서 잡았다. 절묘한 오른발 트래핑으로 기회를 직접 만든 배준호는 슈팅 페인팅으로 상대 수비와 골키퍼의 중심을 무너뜨렸다. 이후 오른발로 차 넣어 에콰도르 골망을 흔들었다. 부상 여파로 프랑스전에 결장했던 배준호는 경기력을 서서히 회복해 이날 멀티 공격 포인트를 쌓았다.
전반 20분도 채 안 돼 2골 차 리드를 잡은 한국은 단단한 수비 집중력에 빠른 역습으로 맞섰다. 볼 점유율에서는 크게 밀렸으나 수비 집중력은 쉽게 흐트러지지 않았다. 오히려 날카로운 역습으로 상대 간담을 서늘케 했다. 전반 25분엔 김용학이 상대 공을 차단한 뒤 직접 역습을 전개한 뒤 왼발 슈팅까지 연결했다.
다만 전반 36분 아쉬운 페널티킥(PK) 만회골을 실점했다. 상대 역습을 잘 막아냈지만, 페널티 박스 안에서 측면으로 빠지던 상대 공격수를 박창우가 손을 써 넘어뜨렸다는 판정이 나왔다. 주심은 VAR 심판실과 오랜 교신 이후 온 필드 리뷰까지 나서 PK 판정을 확정했다. 저스틴 쿠에로의 PK가 한국 골망을 흔들었다.
전반을 2-1로 앞선 채 마친 김은중호는 후반 3분 만에 상대 추격 의지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승원의 코너킥을 최석현이 헤더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다. 지난 조별리그 2차전 온두라스전에서 경고누적으로 퇴장당해 조별리그 최종전에 나서지 못했던 최석현은 복귀전에서 대회 첫 골까지 신고했다. 이날 선발 라인업에서 유일한 대학생 선수의 값진 한 방이었다.
김은중 감독은 후반 15분 이승원과 김용학을 빼고 수비수 황인택(서울 이랜드)과 강성진(FC서울)을 투입하는 변화를 줬다. 김지수를 중심으로 황인택과 최석현이 스리백에 포진해 수비를 두텁게 쌓았다. 박현빈 대신 이찬욱(경남FC)도 투입돼 중원에도 변화가 이뤄졌다.
상대가 주도권을 잡고 공격을 전개하면 김은중호는 수비 5명과 미드필더 4명을 두텁게 배치하는 5-4-1 전형으로 맞섰다. 후반 26분 에콰도르가 왼쪽 측면부터 공격을 시작해 연이어 슈팅을 시도한 장면에선 수비진이 몸을 사리지 않는 육탄방어로 맞섰다.
김은중호는 두터운 수비로 서서히 승기를 굳혀가면서도 날카로운 역습을 통해 호시탐탐 쐐기골까지 노렸다. 궁지에 몰린 에콰도르가 공세에 나서고, 한국 역시 단단한 수비와 빠른 역습으로 상대 수비 뒷공간을 노리는 경기 양상이 이어졌다.
김은중 감독은 후반 37분 배준호와 최예훈을 빼고 조영광(서울)과 배서준(대전)을 동시에 투입하며 마지막 교체 카드를 꺼냈다. 다만 2분 뒤 코너킥 상황에서 세바스티안 곤살레스에게 추격골을 허용하며 1골 차로 쫓겼다.
그러나 한국의 집중력은 더 이상 흐트러지지 않았다. 치열한 흐름 속 마지막까지 이어지던 상대 공세를 잘 막아내고 리드를 끝까지 지켜냈다. 결국 주심의 종료 휘슬과 함께 경기는 한국의 3-2 승리, 그리고 김은중호의 U-20 월드컵 8강 진출로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