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혐의로 기소된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투수 이영하가 3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부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무죄판결을 받고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학교폭력 사건을 다룰 때 중화 장치가 필요한 것 같다. 사건을 한번 더 확인하고, 가해자를 언론에 공개하기에 앞서 당사자들이 모여 분쟁을 해결하고 조정할 수 있는 기구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이영하(26·두산 베어스)가 9개월 간의 재판 끝에 무죄 선고를 받았다.
서울 서부지방법원 형사4단독(정금영 부장판사)은 31일 특수폭행, 강요, 공갈 혐의로 기소된 이영하에게 증거불충분 무죄를 선고했다.
이영하는 지난 2021년 선린인터넷고 동기 김대현(LG 트윈스)과 함께 학교 폭력 논란의 대상자가 됐다. 2021년 그에게 고교 시절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커뮤니티 글이 올라왔다. 논란은 지난해 피해자라고 밝힌 조 모씨가 스포츠 윤리센터에 이들을 신고하면서 재점화됐다. 경찰 수사와 함께 검찰 기소가 이뤄졌고, 지난해 9월부터 총 6차례 공판이 진행됐다. 그러나 피해자 측의 증언에서 가해 행위에 대한 일시와 장소 등이 엇갈렸고, 재판부는 범죄 증명이 없는 경우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재판에서 이영하의 변호를 맡았던 김선웅 변호사는 재판 후 취재진과 만나 "피해자 측이 주장하는 부분에서 (피해자의) 기억이 왜곡된 부분을 알고 있었고, 객관적인 증거들이 있었다"며 "증언, 알리바이를 준비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으나 모두 입증하면서 이번 무죄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스포츠윤리센터에 사건이 신고된 후 잘 걸러지지 않은 상태로 경찰로 넘어간 게 가장 안타깝다. 언론에서도 이슈가 됐고, 당시 학교 폭력과 미투 등 이슈가 커져 수사 기관들도 부담을 느낄 때였다.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검찰로 넘어갔다"며 "검찰에서 이영하 선수가 조사받을 기회가 있었다면 혐의가 검찰 단계에서 벗겨졌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공소 시효에 쫓기면서 그런 과정이 없었다"고 했다.
김선웅 변호사는 "전지훈련 과정에서 선린인터넷고 내 다른 학생의 문제가 있었다. 그 사건이 재판부에게 선입견이 된 게 아닐까 싶다. 또 재판장님께서 학교 폭력의 사실관계에 대해 자세하게 들으려 하셨다. 그러다 보니 이영하 선수에 대한 심증이 먼저 생기시진 않았을까 걱정했다"고 했다.
그는 "학교 폭력과 같은 사건을 다룰 때 중화 장치가 필요한 것 같다. 이런 사건을 한번 확인할 수 있고, 정말 잘못한 가해자가 있다면 언론에 공개하기에 앞서 피해 당사자가 모여 분쟁을 조정하고 해결할 수 있는 기구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며 "현재 스포츠 윤리센터가 있지만, 기능이 너무 여론에 휘둘려 처벌에만 집중한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위원회처럼 과거 문제를 해결하고 피해자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게 있었으면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