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KBO 프로야구 SSG 랜더스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25일 오후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렸다. 8회 초 1사 2루 홍창기가 1타점 적시타를 치고 출루해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인천=김민규 기자 mgkim1@edaily.co.kr /2023.05.25/
프로야구 대표 '출루왕'이 돌아왔다.
올 시즌 홍창기(30·LG 트윈스)의 출루 능력이 다시 빛나기 시작했다. 홍창기는 25일까지 출루율 0.439을 기록, 팀 동료 문성주(0.441)와 부문 1·2위를 다툰다. 규정타석을 채운 60명의 타자 중 출루율이 4할을 넘는 건 6명에 불과하다.
출루는 홍창기의 강력한 '무기'이다. 그는 풀타임 두 번째 시즌을 보낸 2021년 리그 출루율 1위(0.456)에 올랐다. 그해 강백호(KT 위즈·0.450)와 이정후(키움 히어로즈·0.438) 등 내로라하는 타자들에 모두 앞서며 이름 석 자를 야구팬에게 각인했다. 볼넷도 리그에서 가장 많은 109개를 골라내 까다로운 타자였다. 가치를 인정받아 연봉이 1억원에서 3억2000만원으로 올라 팀 내 최고 연봉(FA 제외) 및 인상률(220%)을 기록하기도 했다. 말 그대로 '커리어 하이'였다.
홍창기의 무기는 지난해 예리함을 잃었다. 출루율이 0.390까지 떨어졌다. 여전히 수준급 수치지만 4할을 크게 웃돈 직전 시즌과 비교하면 차이가 컸다. 6월 내복사근(옆구리)을 다친 게 화근이었다. 전반기(64경기 출루율 0.403) 유지하던 성적이 후반기(54경기, 출루율 0.374) 하락세로 돌아섰다. 홍창기는 "시범경기 때 워낙 컨디션이 좋아서 조금 조심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던 게 아쉬웠다. 복귀한 후에도 좋아지고 있을 때 부상을 당했다"고 말했다.
2023 KBO리그 KT 위즈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17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LG 홍창기가 7회 우전 안타를 날리고 있다. 잠실=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2023.05.17.
올 시즌 키워드는 절치부심이다.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부터 구슬땀을 흘렸다. 이호준 LG 타격 코치는 "캠프 때부터 2스트라이크 전까지 공을 강하게 치려고 많이 연습했다. 헛스윙의 두려움을 없애려고 했다"며 "2스트라이크 이후에는 본인의 장점을 살려 콘택트하고, 선구안으로 승부하자고 했다"고 방향성을 설명했다.
출루를 너무 신경 쓰다 보니 타격 밸런스가 무너졌다. 이 코치는 "헛스윙을 안 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러면서 타격 포인트가 많이 뒤로 와 있었다"며 "파울이 계속 나면서 좋은 타구가 안 나왔다. 2스트라이크 전에는 본인의 타구를 만들 수 있는 연습을 많이 했다. 포인트를 앞으로 당겨서 1루 선상 쪽으로 타구 보내는 연습을 굉장히 많이 했다"고 귀띔했다. 출루율이 올라가면서 타율까지 덩달아 상승하고 있다. 대부분의 공격 지표에 청신호가 켜졌다.
홍창기는 지난 4월 1일 열린 개막전 9번 타자였다. 염경엽 LG 감독은 서건창을 리드오프로 내세웠다. 지난해 주로 테이블세터를 맡은 홍창기로선 자존심이 상할 수 있었다. 낙담하지 않았다. 시즌 첫 3경기에서 타율 0.600(10타수 6안타) 출루율 0.714라는 괴물 같은 성적으로 건재를 과시했다. 그의 활약에 고무된 염 감독은 시즌 구상을 바꿔 곧바로 홍창기를 1번 타자로 기용했다.
홍창기는 지난 4월 본지와 인터뷰에서 '기본 출루율'로 "0.380이면 높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이상을 유지하면 좋을 거 같다"며 "올 시즌에는 진짜 안 아픈 게 가장 큰 목표"라고 강조했다. 출루 능력을 앞세운 '건강한' 홍창기가 목표 달성을 위해 진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