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외국인 투수 리카르도 산체스. 사진=한화 이글스
한화 이글스에 ‘복덩이’ 외국인 투수가 왔다. 리카르도 산체스(26) 얘기다.
산체스는 지난 23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3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주중 3연전 1차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3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하며 한화의 9-5 완승을 이끌었다. KBO리그 세 번째 등판 만에 첫승을 거뒀다.
투구 내용과 구위, 위기관리 능력 모두 좋았다. 지난주까지 뜨거웠던 KIA 타선에 찬물을 끼얹었다. 경기 전 최원호 한화 감독은 “직구 평균 구속이 시속 140㎞ 대 후반까지 찍히는 (왼손) 투수다. 변화구 구사 능력도 좋다. KBO리그에 잘 맞는 투수 같다”라고 했다. 산체스가 사령탑의 믿음에 부응했다.
산체스는 등판 첫 경기에서 부상을 당해 이탈한 버치 스미스의 대체 선수다. 11일 대전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KBO리그 데뷔전을 치러 4이닝 무실점을 기록했고, 17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는 5이닝 1실점을 기록했다. 아직 투구 수 관리를 받는 중이다. 100구 이상 던질 수 있으면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할 전망이다.
23일 경기 뒤 만난 산체스에게서는 밝은 기운이 풍겨졌다. 한국 야구를 존중하고, 이 무대에서 성공하려는 의지가 강해 보였다. 마치 지난 시즌 KT 위즈에 대체 선수로 입성해 빠른 적응력과 탄탄한 실력을 보여준 웨스 벤자민의 '지난 시즌'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KBO리그를 존중하는 모습이 엿보인다. 23일 KIA전 호투 비결에 대해 묻는 말에 산체스는 “이전 등판(17일 롯데전) 이후 베테랑 투수들에게 질문을 많이 했다. 상황별 변화구 구사 타이밍에 대해 물어봤다. 그게 잘 통한 것 같다”라고 승리의 공을 동료들에게 돌렸다. 많은 득점을 올려준 야수들을 향해서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산체스는 KBO리그 특유의 열성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응원 문화에 감탄을 전했다. 처음으로 홈구장 응원 단상 인터뷰를 진행하면서도 연신 신나는 얼굴을 지어 보였다.
산체스는 향후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하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가 9명이라는 점을 항상 기억하며 동료들을 응원한다”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메이저리그(MLB) 경력이 화려한 선수로 KBO리그에서 부진해 방출되는 사례가 많다. 동료를 존중하고 최선을 다하는 선수가 롱런 또는 더 높은 무대로 재도약한다. 한화에 스미스의 이탈은 전화위복이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