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차 징크스'는 찾아볼 수 없다. 진화한 신인왕 정철원(24·두산 베어스)이 성장한 후배들과 함께 두산의 가을 야구 복귀를 노린다.
정철원은 23일 기준으로 22경기에 출전해 4승 1패 7홀드 평균자책점 2.31을 기록 중이다. 신인왕을 수상했던 지난해(4승 3패 3세이브 23홀드 평균자책점 3.10)보다 페이스가 좋다.
지난해 정철원을 신인왕으로 만들어 준 건 평균 시속 148.8㎞의 강속구였다. 올해도 평균 시속 146.8㎞로 구위가 준수하다. 구속은 소폭 떨어졌는데 투구 완성도가 향상됐다.
지난해 정철원은 타자들의 헛스윙을 끌어내는데 어려움(2022년 9이닝당 탈삼진 5.82개)을 겪었다. 올해는 9이닝당 탈삼진 8.1개로 한 단계 성장했다. 비결 중 하나가 포크볼이다. 본지와 만난 정철원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을 다녀오면서 포크볼 등 변화구의 완성도가 작년보다 높아진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돌아봤다. 실제로 올해 그의 포크볼 피안타율은 0.100에 불과하다. 특히 2스트라이크 이전(구사율 2.2%)이 아닌 이후(구사율 25.2%) 결정구로 적극 활용 중이다.
정철원은 이승엽 두산 감독이 가장 믿는 불펜 카드 중 하나다. 시범경기부터 그를 8회 셋업맨으로 기용하겠다고 공언했지만, 개막 후에는 임무가 조금 변했다. 이닝과 상관없이 경기의 흐름이 갈리는 위기 상황(하이 레버리지)에 등판했고, 멀티 이닝도 소화했다.
5월은 다르다. 정철원은 "4월에는 감독님께서 저를 많이 믿어주셔서 일찍 등판하기도 하고, 멀티 이닝을 소화하기도 했다"며 "지금은 명신이 형, 치국이 형, 2군에 있지만 잘해준 (최)지강이, 돌아온 김강률 선배, 이제 1이닝도 잘 막아주는 (이)병헌이 등이 합류했다. 감독님께서 불펜진 파악을 마치신 후 나를 8회에 고정해 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팀이 원한다면 언제든 나간다. 6회든, 7회든, 멀티 이닝이든 괜찮다"는 말도 덧붙였다.
지난해 정철원이 신인왕을 수상한 두산은 2년 연속 후보를 배출할 전망이다.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고 있는 김동주가 7경기 2승 2패 평균자책점 2.08로 호투 중이다. 왼손 이병헌도 19경기 평균자책점 4.50 5홀드로 쑥쑥 성장하고 있다.
정철원은 "동주와 병헌이 모두 잘하고 있다. 열심히 잘해서 상을 받으면 좋겠다"며 "후배들에게 야구 이야기를 따로 하는 건 많지 않다. 나보다 훌륭한 부분도 갖춘 동생들"이라며 "아프지 말고 열심히 끝까지 해내라는 응원만 남기고 싶다"고 했다.
두산 팬으로 자라 2군에서 '왕조'를 바라봤던 정철원은 훌륭한 동료들과 좋은 시즌을 만들 기대에 차 있다. 정철원은 "우리 모두 두산이 어떤 야구를 했고, 얼마나 강한 팀인지 안다"며 "올해는 작년(정규시즌 9위)과 다르다는 게 분위기를 통해 느껴진다. 항상 이기는 팀이었을 때의 분위기를 많이 되살린 것 같다.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