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이 리버풀 원정에서 난타전 끝에 3-4로 졌다. 0-3으로 뒤지던 경기를 가까스로 3-3 동점을 만들고도 끝내 결승골을 실점하며 고개를 숙였다. 손흥민(31·토트넘)의 1골 1도움 맹활약으로 만든 드라마가 비극으로 끝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99초였다.
무대는 1일 오전 0시 30분(한국시간) 영국 리버풀의 안필드에서 열린 리버풀과의 2022~23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4라운드였다. 전반 15분까지만 하더라도 일주일 전 뉴캐슬 유나이티드 원정 ‘참패’가 반복되는 것처럼 보였다. 토트넘은 전반 3분과 5분, 그리고 15분 잇따라 실점을 허용했다. 일찌감치 자리를 뜨는 원정팬들이 중계화면에 잡힐 정도였다.
일찌감치 벼랑 끝에 몰린 팀 분위기를 바꾼 건 손흥민이었다. 승기가 크게 기운 상황에서도 손흥민은 끊임없이 리버풀 수비를 흔들었다. 가장 먼저 결정적인 기회를 잡은 것도 손흥민이었다. 전반 39분 페널티 박스에서 골키퍼까지 제친 뒤 슈팅한 공이 문전에 있던 버질 반 다이크에 걸려 아쉬움을 삼켰다.
손흥민의 슈팅으로 분위기를 바꾼 토트넘은 해리 케인의 만회골로 추격의 불씨를 지폈다. 손흥민도 상대 골문을 노렸으나 골대를 강타했고, 그 전에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아 아쉬움을 삼켰다.
1-3으로 뒤지던 후반에도 손흥민이 토트넘 공격 선봉에 섰다. 후반 8분 역습 상황에선 아크 정면에서 찬 오른발 슈팅이 또 골대를 강타해 아쉬움을 삼켰다. 좀처럼 결실을 맺지는 못했으나 손흥민을 앞세운 토트넘은 조금씩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후반 32분 손흥민이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크리스티안 로메로의 패스 타이밍에 맞춰 수비 뒷공간을 완전히 허물었다. 골키퍼와 일대일 기회를 놓치지 않고 오른발로 깔아 차 골망을 흔들었다. EPL 역사상 10번째로 7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는 순간이었다.
손흥민은 자신의 대기록에 기뻐할 새가 없었다. 기세가 한껏 오른 만큼 동점골과 역전골을 위해 빠르게 경기 재개를 바랐다. 토트넘은 결국 후반 추가시간 일을 냈다. 이번에도 손흥민이 중심에 섰다. 왼쪽 측면에서 날카로운 프리킥을 문전으로 올렸다. 히샬리송의 헤더가 바운드돼 그대로 리버풀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손흥민의 천금 어싯스트였다.
0-3으로 뒤지던 경기가 3-3 동점이 되는 그야말로 드라마 같은 상황. 히샬리송은 상의를 탈의하는 골 세리머니로 기쁨을 표출했다. 손흥민도 히샬리송과 세리머니를 함께하며 기쁨을 나눴다. 손흥민의 1골 1도움 맹활약이 드라마 같은 무승부로 완성이 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토트넘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곧바로 이어진 리버풀의 공격 상황에서 루카스 모우라의 치명적인 실수가 나왔다. 공을 논스톱으로 패스한다는 게 디오구 조타에게 연결됐다. 조타는 페널티 박스에서 슈팅으로 연결해 토트넘 골망을 흔들었다. 옵타에 따르면 토트넘이 손흥민의 맹활약을 앞세워 3-3 동점을 만든 뒤 결승골을 실점하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99초였다. 손흥민의 대기록도, 1골 1도움의 맹활약도 순식간에 빛이 바랬다.
그래도 현지 매체들은 손흥민을 향해서만큼은 박수를 보냈다. 이브닝스탠다드는 “침착한 결정력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더 많은 골을 넣을 수 있었지만 운이 나빴다”며 평점 8점을 줬다. 90MIN도 “후반 막판에 골을 터뜨리며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았다. 세 시즌 연속 안필드에서 골을 넣었다”며 같은 평점을 줬다. 폿몹 평점에서는 8.1점으로 양 팀 통틀어 2위였고, 후스코어드닷컴 평점도 7.6점으로 전체 3위였다. 팀 패배에도 불구하고 손흥민의 활약만큼은 그래도 빛났다는 의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