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핑크·레이디 가가 공연 무산됐지만..외교까지 확장된 ‘K팝 영향력’
권혜미 기자
이 공연은 최종적으로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블랙핑크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 또한 “(합동 공연을) 제안받아 검토했었고 이후 진행된 내용이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K팝 아이돌의 영향력이 무대와 팬덤을 넘어 국가 간 관계를 맺어가는 데 긍정적 영향을 미칠 만큼 확대됐다는 것은 확실하다.
블랙핑크와 레이디 가가의 합동 동연은 앞서 지난달 28일, 12년 만에 국빈 자격으로 미국을 찾는 윤 대통령의 방미 기간(4월 말) 동안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부가 주최하는 ‘국빈 만찬’(state dinner)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질 바이든 여사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YG엔터테인먼트 측도 이에 대한 제언을 받아 검토 중이라고 했다.
‘국빈만찬’은 초청국이 손님국에 제공하는 가장 격식 있는 연회로, 국빈 일정의 하이라이트로 불린다. 영미권 아티스트도 달성하기 힘든 눈부신 성과들을 이룩해온 블랙핑크가 이 자리에 초청 대상으로 언급됐다는 것은 한국의 문화를 상징하는 가수로 입지를 다졌다는 의미와 다름 없다. 블랙핑크에 앞서 그룹 방탄소년단이 이 공연 참가자로 거론이 됐다고 한다.
팬들의 입장에서는 아티스트가 정치적 도구로 이용된다는 점을 우려해 외교 무대 진출을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 자칫 특정 정치인을 만나거나 행사에 참석하는 행위 자체가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으로 오인돼 불필요한 논란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강태규 대중음악평론가는 “아티스트가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이 아니라 정당한 대우를 받으며 외교 무대에서 초청을 받아 공연을 하는 것은 영역 확장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빈만찬에는 정계뿐만 아니라 문화계 유명 인사 등 약 300명의 다양한 사람들이 자리를 빛낼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적 의도보다 ‘축제의 장’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행사다.
더불어 블랙핑크의 단독 공연이 아닌 미국 최고의 팝스타 레이디 가가와의 합동 공연이기 때문에 도리어 아티스트의 다양한 모습을 보고 싶어하는 팬들의 바람을 충족시킬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기도 했다.
김도헌 평론가는 “외교 행사에 초청을 받은 것이야말로 아티스트의 영향력을 입증받은 것”이라며 “정치 행사에 일부러 K팝 스타를 동원하는 것이라면 비판받을 요소가 있지만, 공식 초청을 받았다면 그만큼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권혜미 기자 emily00a@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