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던 것일까. 마약류 투약 혐의를 받고 있는 배우 유아인은 지난달 6일 경찰 조사를 받은 이후 50일 만에 최초로 입장을 밝혔다. 수사가 두 달 가까이 진척되면서 유아인의 신체에서는 4종류의 마약류 양성반응이 나왔지만, 여전히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경찰 소환 일정도 미뤘던 유아인이었다. 경찰은 유아인의 조사 결과 등을 검토해 구속 영장을 청구할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27일 유아인은 오전 9시 20분경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장장 12시간의 조사 끝에 이날 저녁 9시 25분경 경찰서를 빠져나와 귀가했다. 유아인은 취재진에 “불미스러운 일로 이런 자리에 서서 그동안 저를 사랑해주셨던 많은 분들에게 실망을 드리게 된 점 깊이 반성한다”며 “개인적으로 저의 일탈행위가 누구에게도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자기 합리화 속에 잘못된 늪에 빠져 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당초 유아인의 소환 일정은 지난 24일이었지만, 이같은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유아인은 출석 일정을 이날로 조정했다. 극단적으로 언론 노출을 피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변호인단 만큼은 화려했다. 유아인은 이날 경찰 조사에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 출신인 차상우 변호사와 검찰 ‘마약통’으로 활약한 박성진 변호사 등을 대동했다.
◇ 식약처 고발부터 경찰 출석까지
시작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고발이었다. 식약처는 매년 향정신성 의약품인 프로포폴의 상위 처방 이력을 모니터링하고 수상한 이력을 경찰에 수사의뢰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51명의 수상한 데이터가 잡혔고, 이 중 한명이 ‘엄홍식(유아인 본명)’이었다.
경찰은 지난 2월 5일 미국에서 귀국한 유아인의 신체를 압수수색하고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또한 체모 및 소변 검사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했다. 유아인은 다음날인 2월 6일 경창 조사를 받고 광고 촬영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제주도로 떠났다.
유아인의 프로포폴 의혹이 대중에 알려진 것은 2월 8일이다. 당시 유아인 소속사 UAA는 “성실하게 수사에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이후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후 2월 10일 유아인의 소변에서 대마류 양성 반응이 나왔고, 2월 11일에는 휴대폰 압수수색 및 디지털 포렌식 수사를 받았다.
2월 24일에는 유아인의 모발에서 세 종류의 마약 성분이 검출됐다는 소식이 나왔다. 이후 3월 1일에는 총 네 종류의 마약 성분이 검출된 사실이 전해졌다. 마약 종류는 프로포폴과 대마류, 코카인, 케타민 성분이었다. 유아인의 프로포폴 과다 처방 의혹도 구체화됐다. 그는 2021년에만 서울 시내의 병원에서 프로포폴을 73차례에 걸쳐 총 4497ml를 처방받았고, 의사의 만류에도 ‘바늘 공포증’으로 수면 마취를 요청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3월에는 경찰 수사가 본격화됐다. 7일에는 유아인의 자택 2곳을 압수수색하고, 13일에는 소속사 UAA 직원과 주변인의 참고인 조사를 진행했다. 이후 유아인은 3얼 21일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 출신 변호사가 소속된 법률사무소를 선임했다. 변호인단에는 검찰에서 ‘마약통’으로 활동했던 변호사도 포함됐다.
이후 지난 24일에는 경찰 출석이 예정됐지만 ‘비공개 소환 조사’를 주장하며 출석 일정을 변경했다. 27일 유아인은 오전 9시 20분경 서울경찰청 마양범죄수사대에 나타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