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SOL 2022~2023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3차전 부산 BNK썸과 아산 우리은행의 경기가 23일 오후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렸다. 우리은행이 승리하고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시상식후 박지현이 그물망을 자르는 세리머니하고있다. 부산=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2023.03.23. 아산 우리은행이 2022~23 여자프로농구 통합 챔피언 자리에 오르며 시즌이 마무리됐다.
우리은행은 지난 23일 부산에서 열린 챔피언결정 3차전에서 부산 BNK를 누르고 시리즈 3연승으로 우승을 확정했다. 통산 11번째 챔피언결정전 우승인데, 최근 몇년간 우리은행은 정규리그 우승을 하고도 챔피언결정전에서 정상에 오르지 못한 경우가 이어졌다. 이번에 5년 만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하며 최강팀 위용을 되찾았다.
힘겹게 찾은 통합 챔피언 왕좌에서 돋보인 건 젊은 새 에이스 박지현(23·1m83㎝)의 성장이었다.
올 시즌 우리은행의 우승에 화룡점정이 된 건 이적생 김단비(33)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김단비는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를 싹쓸이했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박지현의 성장이 눈에 띈다.
박지현은 2019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우리은행에 입단했다. 전 시즌 성적이 좋았던 우리은행은 추첨에서 1순위를 뽑을 확률이 4.8%에 불과했는데, 드라마처럼 박지현을 뽑고 환호했다. 숭의여고 시절 장신의 올라운더로 고교 무대를 휩쓸었던 박지현은 기적처럼 우리은행에 찾아온 복덩이였다.
그런데 박지현에게는 우리은행 입단 후 프로 생활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각 포지션에 베테랑 농구 도사들이 주전으로 버티고 있어 신인이 단번에 자리를 차지하기가 쉽지 않았다. 게다가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은 혹독한 선수 조련으로 악명이 높다. 박지현은 고강도 체력 훈련부터 소화하고, 플레이 하나하나에 대해 엄청난 질책을 견뎌내야 했다.
공교롭게도 박지현 입단 후 우리은행은 계속 챔피언결정전 왕좌를 차지하지 못했다. 센터 박지수를 앞세운 청주 KB의 질주가 이어졌고, 박지현은 자신의 장기인 돌파와 외곽슛 보다 포스트에서 상대 빅맨을 막아내는데 집중해야 했다. 이번에 박지현은 프로 첫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맛보며 큰 성장을 이뤄냈다.
올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만난 BNK 역시 포스트가 강한 팀이다. 김한별과 진안이 힘에서 앞선다. 박지현은 BNK를 상대로 이전과 다른 움직임을 보여줬다. 키와 힘을 갖춘 이적생 김단비가 들어오고, 베테랑들이 상대 수비를 끌어내면서 박지현이 물 만난 고기처럼 공격 진영을 휘저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그리고 박지현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신한은행 SOL 2022~2023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3차전 부산 BNK썸과 아산 우리은행의 경기가 23일 오후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렸다. 우리은행 박지현이 득점한뒤 환호하고있다. 부산=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2023.03.23. 박지현은 챔피언결정전 세 경기에서 모두 더블 더블을 기록했다. 세 경기 평균 16.3점 12리바운드다. 우리은행에서 이번 챔피언결정전 세 경기 모두 더블 더블을 해낸 건 박지현이 유일하다.
또 마음 먹은대로 플레이가 이어지자 한껏 흥이 오른 박지현의 표정이 인상적이었다. 그동안 스타 군단 우리은행에서 다소 강압적인 분위기 아래 주눅들어 보이기도 했던 박지현은 결정적인 슛을 성공시키면 팔을 흔들며 관중석을 향해 세리머니를 하는 등 전에 없던 모습까지 보였다.
BNK 슈터 이소희와 박지현은 프로 데뷔 때부터 라이벌로 불렸다. 박지현은 챔피언결정 2차전에서 이소희를 완벽한 페이크 동작으로 제치고 슛을 꽂아 넣는 하이라이트 장면을 만들어냈다.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이 장면에 대해 박지현은 “내가 신장에서 우위에 있기 때문에 활용한 것 뿐”이라며 여유있는 답을 했다.
박지현의 ‘기 살리기’에는 선배들의 숨은 응원이 있었다. 박지현은 우승 후 인터뷰에서 “부담은 언언니들 질 테니 너는 하고 싶은 플레이를 하라”는 선배들의 응원을 받았다고 했다. MVP 김단비는 “내가 생각하는 MVP는 박지현이다. 오히려 내가 어린 선수에게 의지했다. 앞으로 박지현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